[대구/경북]이종균씨 "맞춤 운동으로 건강 찾아드려요"

  • 입력 2003년 11월 12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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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도 직장에서 퇴출되는 ‘신(新)명퇴 시대’.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30대 후반의 가장이 낯선 직종을 선택, 새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대구에서 발행되는 유력 일간지 건강담당 기자로 일해 온 이종균(李鍾均·39)씨. 이제 그의 직업은 대한 운동사회 소속 ‘운동사(exercise professional)’다

3월 지역에서 처음 문을 ‘닥터 굿 스포츠 클리닉’의 운동처방 및 치료 담당부장을 활약 중이다.

“99년부터 생긴 운동사 제도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합니다.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병원에 소속돼 환자의 건강과 체력증진, 질병 또는 운동으로 인한 신체 손상의 예방 및 후유증 개선과 교통사고 환자의 재활 등을 도와주는 전문직입니다.”

그는 최근 이 분야에서 ‘꿈의 자격증’으로 불리는 미국스포츠의학회의 운동처방사(ACSM-ES)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은 소지자가 국내에서도 관련 분야 대학교수와 서울지역 대학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운동사 등 6명에 불과할 정도로 취득이 어렵고 권위 있기로 정평이 나있다.

인생행로를 바꾼 지 1년여 만에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된 셈.

이같은 변신은 수년전 생활의 피로를 이기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계기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피로감은 덜 했지만 어깨, 무릎, 허리 등 아픈 곳이 자꾸 생겼어요.” 원인을 추적하는 기자근성이 발동했다. 각종 운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운동방법이 잘못됐다’는 것.

“헬스클럽 관장이나 코치가 가르쳐 준 운동 방법은 무조건 많이, 강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운동과정에서 부상을 방지하는 스트레칭 이라든가 개인의 체력에 맞는 맞춤 운동은 아예 개념조차 없었죠”

신문사에서 건강의료 분야를 맡게 된 그는 전문적인 취재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아예 운동처방을 전공하는 지역의 대학원에 진학했다.

IMF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면서 ‘평생직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절박함을 터득한 그는 결국 지난해 석사논문 발표를 앞두고 사표를 던졌다.

“사실, 용감하게 직장을 박차고 나왔지만 아직은 막 도입되고 있는 분야라서 불안했습니다. 당장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석사과정을 마치고 대한운동사회 자격 연수과정에 등록한 그는 가족과 떨어져 15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대학생들에게 형님,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창문 하나 없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석 달 가량 하루 10시간 이상 책과 씨름을 했다 .

아내가 “아픈 두 아이를 두고 출근해야 한다”고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왔을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시간에 쫓기며 글을 써야하는 기자는 무한대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직업입니다. 그런 습관과 함께 건강을 담당하면서 세계 각국의 의학저널을 열심히 읽었던 것도 공부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당시에는 어디에 써 먹겠다 하는 생각보단 그냥 새로운 것을 아는 게 즐거워서 파고 들었지요”

그는“환자들의 건강상태 개선이라는 압박감도 만만찮은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근 골격 질환의 케이스를 접하면 그동안의 임상경험과 전문서적 등을 뒤지면서 치료법을 개발해 내고 환자들이 이에 만족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젊음과 패기, 일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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