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주세계문화엑스포 지구촌 문화축제 도약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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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을 올라선 기분입니다.”

23일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8월 13일 따가운 여름 햇살을 맞으며 시작된 문화엑스포가 70여일 이어지는 동안 계절도 가을로 바뀌었다.

전국에서 엑스포 행사장을 찾은 사람은 21일로 165만여명. 20여만평 곳곳에 어떤 행사가 마련됐는지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 등 방문객을 위해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는 일은 조직위원회 직원 70여명과 도우미 100여명의 몫이다.

“처음엔 직업이니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주니까 신나더라고요. 일을 할수록 문화엑스포의 의미를 열심히 찾아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이 더 커졌습니다.”

조직위원회 홍보를 맡은 권미강(權米江·37)씨는 누구보다 경주문화엑스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는 칠곡에 있는 초등학생 아들 딸과 두 달 동안 헤어져 경주에서 이산가족 생활을 했다.

18일 점심 때 칠곡에서 엄마를 ‘면회온’ 아이들은 모처럼 행사장 옆 식당에서 엄마 얼굴을 보며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열심히 일하는 엄마가 멋지다”며 응원했다.

“경주문화엑스포는 아이로 치면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봐요. 관람객 숫자에만 신경을 쓰고 관람 분위기도 어수선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란 세상 사람들이 살아왔고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 아닐까요. 차분한 측면도 필요하고 왁자지껄한 모습도 있어야지요.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봐야한다는 말은 문화엑스포에 어울린다고 봅니다.”

홍보팀을 지휘하는 도남탁(都南鐸·51) 과장은 하루에 휴대전화를 200여통 받는다. 평일에는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요청을 일일이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고 주말에는 일반 관람객이 몰려 신경이 더 곤두선다.

“98년 1회 때부터 함께 해 애정이 많습니다.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고요. 특히 올해는 ‘세계문화엑스포’라는 용어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되고 경주엑스포의 운영경험이 문화상품으로 인정받아 우루과이와 캄보디아 이탈리아 등으로 수출할 수 있게 돼 보람이 큽니다. 경주문화엑스포가 세계 각국의 문화엑스포를 꽃 피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관람객들이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공연장 전시장에까지 곳곳에서 만나는 도우미는 경주문화엑스포의 얼굴. 짜증을 내는 관람객들도 도우미들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우미 소대장 격인 이지수(李智洙·28·디렉터 도우미)씨는 “관람객들이 그냥 지나치는 내용도 도우미의 안내로 즐기는 경우가 많아 도우미 역할에 책임을 느낀다”며 “올해는 관객들의 관람 수준도 나아지고 내용도 풍부해졌다는 반응이 많아 덜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0년 엑스포 참여를 계기로 도우미 파견 회사까지 창업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자문위원장을 맡은 이어령(李御寧) 전 문화부장관은 “문화의 세기란 꿈이 밥을 먹여주는 세상”이라며 “세상의 꿈을 전시하고 즐기게 한 경주문화엑스포에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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