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홀로서기 포석인가…검찰파견 인원 축소

  • 입력 2003년 9월 30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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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독립을 위한 사전 포석인가, 부당한 관행의 개선인가.’

경찰이 최근 들어 그동안 법에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경(檢警)간에 관행적으로 지속되어 오던 불합리한 관계를 하나둘씩 청산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한때 186명에 이르렀던 검찰 파견 경찰관을 공적자금합동수사본부에 파견된 10명을 제외하고 10월 말까지 모두 복귀토록 최근 지시했다. 또 앞으로 다른 기관에 대한 경찰관 파견은 유관기관 합동조사나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의 손을 떠나 다른 기관으로 신병이 인계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해당기관에서 감호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현재 병원 치료나 구속집행 정지 등으로 피의자 또는 재소자가 집행기관의 울타리를 벗어날 때는 경찰이 감호를 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나 재소자 한 명당 형사 4명이 돌아가면서 24시간 감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력이 상당히 소요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또 최근 경찰관이 수사 목적으로 재소자를 접견할 때 받아야 하는 검사 승인제도를 폐지해줄 것을 대검찰청에 요청해 협조를 받아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일부터 자유롭게 재소자를 만나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재소자 접견을 위해 2002년 1만2852건, 2003년 8월 현재 9092건의 검사 승인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수사가 지연되는 불편을 겪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검사가 거부한 재소자 접견신청이 단 1건도 없는 등 유명무실한 제도였으며, 일선 경찰관들이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해왔던 제도”라고 밝혔다.

검찰이 지명수배한 피의자를 경찰이 검거했을 경우 경찰관이 해당 검찰청까지 호송하는 관행도 개선이 검토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군 수사기관 등 다른 사법기관과 달리 유독 검찰 지명수배자만 경찰이 호송하는 현행 방식은 불합리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 호송이 검사의 수사지휘에 포함되느냐에 대한 검경의 해석이 달라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이 밖에도 2, 3건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할 방침”이라며 “투명한 수사와 인권보호 조치 등 일련의 개혁 과정을 통해 수사권 독립의 토대를 착실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경찰의 자신감이 눈에 띄게 커졌다”며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을 때도 우리 의견을 적극 개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조치가 검경간 대립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경찰 고위관계자는 “경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상 국가기관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뒤 “사안별로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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