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토지문학관 창작실 작가들의 재충전-작업실로 각광

  • 입력 2003년 9월 30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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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연출가인 김민기씨(극단 학전 대표)는 오늘 아침 어디에 있을까. 그는 강원 원주시 오봉산 자락에 있는 ‘토지문화관’ 안의 창작실에 있다.

창작실의 ‘단골’로 매주 월∼수요일 토지문화관에서 ‘살기’ 때문이다. 새벽마다 자신이 산책로로 개발한 인근 연세대 원주캠퍼스 뒤 임업도로를 걷고, 낮 시간이면 독서에 몰두해 온 김씨는 이제 새 작품 집필을 시작하려 한다.

김씨가 머물고 있는 토지문화관 창작실 오른쪽 아래 터에는 2층짜리 흰색 전원주택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 전원주택은 방 다섯 개가 있는 창작실 전용 건물. 기존의 창작실은 방 2칸을 1명이 쓰다보니 효율성이 낮고, 문화관에서 행사가 열릴 때면 시끄럽기도 해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인 박경리씨가 사재 2억여원을 들여 따로 독채를 세우고 있다.

이달 중 완공예정으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토지문화관의 새 창작실. 전원주택 스타일 이층집에 방 다섯개가 있다. 아래쪽은 99년 개관한 토지문화관 전경. 2001년 문화관 안에 창작실이 생긴 뒤 이곳을 거쳐가며 자신을 재충전한 작가가 박완서씨 등 40여명에 이른다. -토지문화관

2001년 국내 최초로 작가들을 위한 무료임대 창작공간으로 만들어진 토지문화관의 창작실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 공사 중인 2층 창작실에 들어서니 격자무늬 창문에 앞산이 꽉 들어찼다. 1999년 6월 문을 연 토지문화관은 2001년부터 매년 15∼20명의 작가들에게 창작실을 내주고 있다.

현재 창작실은 매년 3월까지 신청을 받은 뒤 4월부터 입주할 수 있으며 1인당 연간 10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제껏 다녀간 문인들은 소설가 박완서 강석경 김영현, 평론가 도정일, 시인 이재무 고진하씨 등 40여명. 지금도 시인 임동확, 소설가 윤성희 오현종 정지형씨 등이 이곳에서 ‘창작의 실’을 자아내고 있다.

임씨는 “창작공간이 마땅치 않은 문인들이 토지문화관에서는 아무 조건 없이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관을 이용했던 한 문인은 “박경리 선생께서는 후배들이 행여 불편해 할까봐 무엇을 하든 전혀 간여하지 않으신다”고 귀띔했다.

김민기씨는 “토지문화관이 내게는 천국이고 이곳에 오면 너무 좋아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며 “워낙 고즈넉해서 책에 파묻혀 있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창작실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박경리씨의 원주시 단구동 집이 90년대 중반 택지개발구역에 포함된 것.

작가의 지인과 전국의 문인들이 대하소설 ‘토지’ 4, 5부 집필 현장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고, 택지조성을 추진하던 한국토지공사는 이를 받아들여 작가의 집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기왕 맺은 인연, 토지공사는 작가에게 ‘박경리 토지문학상’을 만들자고 했지만 작가는 “수많은 문학상에 또 하나를 보태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화관을 짓자”고 역제의했다. 박경리씨의 딸인 토지문화관 김영주 관장은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은 문화관의 첫번째 사업이었다”며 “어머니는 무엇보다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셨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작가들이 작품을 쓰고, 한적한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주=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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