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다시 온다니까… “독감백신 맞고 보자”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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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가능성에 대비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로 전국의 보건소와 동네 의원이 붐비고 있다.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서 독감 예방 접종이 러시를 이루고 있으며 독감백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청장년이나 맞아서는 안 되는 6개월 미만 영아까지 예방 접종을 받는 경우가 많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독감백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8일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작년 9월 한 달 동안 전국 각 보건소에서 38만명이 독감백신을 접종받았으나 올해는 9월 초부터 20일까지 이미 작년의 2배가 넘는 97만명이 접종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총 800만명이 접종했으나 올해는 1000만∼1200만명이 독감백신을 맞을 것으로 보건원은 예상하고 있다.

보건원 관계자는 “사스 때문에 백신 접종이 급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국의 보건소에 50만명 분의 백신을 더 공급하는 등 백신 수급조절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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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는 물론 동네의 소아과, 내과의원 등에서도 백신을 접종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몇 시간을 기다려야 접종이 가능할 정도이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 사는 주부 정모씨(40)는 “돌배기 아들의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소아과에 갔다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나도 엉겁결에 아이에게 독감 백신을 맞혔다”고 말했다.

특히 백신접종 대상자가 아닌 6개월 미만 아기들까지 접종 행렬에 가세해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27일 서울 강서구의 모 소아과에서 두 아들에게 독감백신을 맞힌 주부 조모씨(33)는 “4세의 큰아들에게 독감백신을 접종하러 갔다가 생후 2개월 된 작은 아이도 접종했다”며 “6개월 미만 영아는 접종대상자가 아닌 줄 몰랐고 의원측도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독감백신 접종 신드롬은 보건원이 이달 초 사스 유행에 대비해 독감 백신 접종을 권유하면서 독감 백신이 사스도 예방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졌기 때문.

보건원에서는 당시 독감과 사스의 초기 환자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역 과정에서의 혼선을 막기 위해 독감 백신 접종을 권유했었다. 하지만 병의원들에서 ‘사스 사태에 대비해 독감 백신 맞으세요’ 등의 안내문을 붙이자 많은 사람이 독감 백신이 사스까지 예방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된 것.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3월 ‘올해의 독감’을 발표하는데 제약회사들이 이에 포함된 독감 바이러스 균주의 활동력을 없앤 다음 계란 속에서 배양해 독감 백신을 만들게 된다.

올해의 독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뉴칼레도니아 A형, 모스크바 A형, 홍콩 B형 등 세 가지이고 병원체는 모두 오소믹스 바이러스로 사스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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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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