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문화재관리 이렇게 소홀할수가

  • 입력 2003년 9월 26일 20시 36분


코멘트
25일 화재로 소실(燒失)된 울산 남구 신정동의 울산시 문화재자료 1호 이휴정(二休亭)은 1662년 건립된 이후 이번을 포함해 세 차례나 불이 났고, 한차례 옮겨진 ‘비운(悲運)’의 문화재다.

이날 오후 2시30분경 불이 난 이휴정은 건물 4채 가운데 본관 한 채가 전소됐으며 이곳에 보관 중이던 울산 학성 이씨 선조들에 대한 기록물(목판) 등이 소실됐다.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 3명이 지붕에서 떨어져 중경상을 입었으나 다른 건물에 보관 중이던 조선 중엽 양반들의 옷(울산시 중요민속자료제37호)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휴정이 건립된 것은 조선 중엽인 1662년.

울산 부사였던 이동영이 지금의 중구 북정동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울산도호부 객사인 학성관 남문으로 신축했으며 4년 뒤인 1666년 암행어사 박세행이 ‘이휴정’이라 명명했다.

1771년(영조 47년) 첫 번째 불이 나 전소됐으며, 1775년에 울산 부사 윤득림이 중건했다. 그러나 1831년(순조 31년) 또 불이 나서 그해 울산 부사이던 민치문이 새로 세워 일제시대 후기까지 관청과 도서관으로 사용됐다.

1940년 울산공립보통학교(현 울산초등학교)의 교정 확장을 위해 이휴정을 철거하면서 개인에게 매각하자 학성 이씨 월진파가 사들여 지금의 남구 신정2동으로 이전했다.

이휴정에는 학성 이씨 조상인 이천기(1610∼1666)와 부인 울산 박씨(1605∼1672)의 합장묘(현 남구 신정동 학성고 자리)를 1969년 이장할 때 나온 누비치마와 솜모자 솜버선 등 8종류 9점이 보관돼 있어 당시 양반들의 복식을 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는 문화재 자료로만 지정했을 뿐 화재예방대책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시 소방본부는 60대 여자 관리인이 재래식 아궁이에 불을 피운 점에 미뤄 이 불이 옆에 있던 나무더미에 옮겨 붙으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시는 “소실된 이휴정 복원여부는 학성 이씨 문중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