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자원봉사 홍보전' 뒷맛 씁쓸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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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정훈장교입니다. 부대원들이 수해 현장에서….”

“○○경찰서 ○○○인데요, 특수대원이 좌초선박의 기름을….”

태풍 ‘매미’ 피해 복구에 참여한 일부 기관, 단체의 홍보전이 치열하다.

취재를 담당한 기자들의 휴대전화는 불이 났다. 노력봉사와 장비지원 등을 적극 알려 달라는 부탁이었다. e메일과 팩스로도 자료가 쏟아져 들어왔고 심지어 언론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보도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남도 고위 관계자는 일요일인 22일 복구작업이 원할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지역 방송사를 방문했다. 경남도지사와 부지사는 수해 이후 세 차례나 기자회견을 갖고 태풍 사전 대비와 사후 복구에 최선을 다했음을 부각시켰다.

사상 최대의 태풍 피해에 직면해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피해지역 복구는 훨씬 어렵게 진행됐을 것이다.

특히 취재요구를 끝내 물리치고 묵묵히 땀을 쏟은 가족 단위의 봉사자들, 학생들, 회사원들, 종교인들, 사회단체 회원들. 작년 수해를 당했을 때 도움을 받았다며 천리 길도 마다않고 다른지역에서 달려온 ‘보은(報恩)’의 손길들은 이재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피해가 극심했던 경남 마산시 해안매립지의 수몰현장 등에는 지금도 자원봉사의 손길이 밀려들고 있다. 경남에서 이재민을 도운 단체는 23일로 모두 3200여개, 연인원은 20여만명을 웃돈다.

이들 자원 봉사자들 외에 공무원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연휴를 반납한 공무원들중 일부가 지쳐 쓰러지기까지 했다.

선행(善行)을 널리 알리고, 귀감이 되도록 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에 자료를 제공하는 일 역시 홍보 담당자들의 업무로 탓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일부 홍보 담당자의 과욕이 현장에서 궂은 일을 마다않는 봉사자의 ‘참 뜻’과 순수성을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기관장 체면세우기와 무관하지 않다면 더욱 문제다.

구름에 가려 있어도 별들이 쉼 없이 반짝이며 하늘을 수놓는 것처럼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고 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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