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권력 내부를 감시하는 사정기관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정수석실의 끈끈한 ‘동지애’=민정수석실에는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 아래 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 박범계(朴範界) 민정2, 이석태(李錫兌) 공직기강, 양인석(梁仁錫) 사정, 황덕남(黃德南) 법무비서관 등 5명의 비서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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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이호철 비서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이지만 권력기관에 대한 ‘자체 사정’을 담당하는 이호철 민정1비서관은 이 분야에 관한 한 ‘비전문가’인 셈이다. 운동권 출신인 이 비서관은 ‘사람 좋다’는 평을 듣고 있으나 법조나 사정 업무 경험이 전혀 없어 조직적인 내부감찰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문 수석도 법조인 출신이기는 하지만 변호사 업무만 했을 뿐 검사 출신이 아니어서 수사 경험은 전혀 없다. 정치적 감각도 떨어지는 편이어서 양 전 실장 파문과 같은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상황 판단과 대응이 늦거나 일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관계자들의 이 같은 ‘경험 부족’에다 냉정한 법 논리보다는 ‘대선 동지’라는 온정주의적인 사고가 겹쳐 부실조사 논란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양 전 실장의 술자리 파문에 대한 조사가 2차에 걸쳐 이뤄졌는데도 계속 의혹을 남긴 것은 청와대 근무자의 경우 일반인보다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데도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는 식의 동정론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안이했던 ‘청탁 의혹’ 해법=청주 향응 2차 술자리 성격을 규명하는데 핵심 사안이었던 ‘청탁 의혹’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접근방식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당사자 진술만을 근거로 K나이트클럽 소유주인 이모씨와 오원배 전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의 청탁은 있었지만 양 전 실장은 듣기만 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법무부와 검찰 경찰 등의 자체조사 결과에서도 청탁 의혹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의 1차 조사 때 ‘청탁’이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던 만큼 2차 조사에서 이와 상반되는 진술이 나왔으면 당연히 청탁의혹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의뢰했어야 했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민정수석실은 “양 전 실장이 실제 청탁을 하거나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으므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수사의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미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난 관련자들의 진술을 2차 조사 때도 그대로 믿어준 것이다.
수사의뢰 문제와 관련해 민정수석실은 2차 조사 결과 발표 때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날 경우엔 수사당국이 수사할 몫이다”라는 의견을 낸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의혹을 밝혀야할 권력 사정기관으로서 책무를 방기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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