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격포 주민 이웃사촌이 원수로…

  • 입력 2003년 8월 8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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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격포와 위도 주민들이 다정했던 이웃사촌에서 하루아침에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변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간 갈등 외에 위도 내 주민·세대간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부안군 주민들에 따르면 격포와 위도는 배로 약 40분 거리로,생활권이 한데 묶여 오래전부터 공동체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다.

격포는 위도 사람들이 육지로 나올 때 반드시 거쳐야하는 항구가 있으며 위도 주민들에게 민박이나 낚시배를 알선해주고 위도에서 잡히는 고기를 사주고 있다.

위도도 생필품과 농산물 대부분을 격포에서 구입, 지역상권에 큰 영향을 주면서 사이좋게 지내왔다.

그러나 위도 주민들이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이하 방폐장) 유치신청을 하면서 두 지역의 관계는 순식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 위도 주민들 사이에는 “격포에 함부로 나갔다가 잘못하면 봉변당할 수 도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위도의 정영복 방폐장유치추진위원장은 경찰의 경호 속에 여객선에 올라 어렵게 상경하기도 했다.

“격포에 위도주민 체포조가 활동하고 있다.” “격포 주민들이 일부러 위도의 낚시배나 민박을 소개해주지 않고 있다.” 는 등등 근거를 확인하기 힘든 흉흉한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위도의 한 어민은 “방폐장 문제가 표면화된 뒤부터 아예 격포에 나가지 않는다”면서 “소문이 사실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도 주민들은 “방폐장을 유치하는 것은 고향을 떠나 우리만 잘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끝까지 고향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라면서 “이런 위도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해 최소한 주민들끼리 싸우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격포의 한 상인은 “위도 주민들이 자격지심(유치신청)으로 우릴 피하는지 모르지만 우린 방폐장을 반대할 뿐 주민들에게는 적대감이 없다”면서 “요즘은 너무 어수선해 장사도 못하고 있는데 피서객까지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도 지역 주민간에도 갈등이 점차 표면화 되고 있다.

정부의 ‘현금보상 불가’ 발표이후 그동안 목소리를 죽이고 눈치만 보던 유치반대 주민들이 지난 6일 '위도지킴이’라는 모임을 결성하면서 숨겨져 있던 갈등이 노출되고 있는 것.

이 모임은 오는 11일 주민총회를 열어 주민 대표기구로 인정을 받은 뒤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위도의 한 주민은 “방폐장 유치 문제를 놓고 부모 자식간에 의견이 달라 아예 말없이 지내는 집도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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