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1人독주 사실상 '스톱'

  • 입력 2003년 7월 29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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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평창특위가 29일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공직사퇴 권고’를 결의했다. 이와 함께 31일까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김 부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2일 프라하에서 열린 2010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과정에서 ‘공익(평창 유치)보다 사익(IOC 부위원장 당선)을 앞세웠다’는 사실을 국회가 공식 인정한 것이다.

평창특위는 국회의원직 외에 국내 주요 공직도 사퇴권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 부위원장이 맡고 있는 주요 직책은 국기원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명예위원장, 민주당 대구유니버시아드 지원위원장 등이다.

이제 공은 김 부위원장에게 넘어갔다. 국회의 결의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그가 공직에서 물러나든 물러나지 않든 그동안 김 부위원장이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행사해 왔던 지도력과 도덕성은 큰 상처를 받게 됐다.

우선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스포츠 대통령’이라던 그의 입지가 앞으로 눈에 띄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체육계도 ‘김운용 1인 중심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 움직임이 탄력을 받게 됐다.

대한체육회 이윤재 사무총장은 “김 부위원장은 스포츠 외교사에 길이 남을 분”이라면서도 “앞으로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중심이 돼 1인 독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인재 양성의 다변화, 전문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가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외부 인사라도 유능한 분이 있다면 문호를 개방해 전문 인력 풀을 운용할 생각이다. 체육회 내에서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와 미국올림픽위원회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사태는 국제스포츠 무대에서도 김 부위원장을 궁지로 몰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뇌물 스캔들로 IOC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터라 뒤이어 터진 이번 사태로 ‘안티 김운용’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부위원장이 국제스포츠계에서 맡고 있는 공직은 굵직굵직한 것만 해도 IOC 부위원장과 라디오·TV 분과위원장을 비롯해 9기 연임에 성공한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 30년 권좌를 지켜온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GAISF 회장, WTF 총재직을 지키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IOC 내에선 반대 세력의 총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할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투표가 열리는 2007년에는 IOC 수석부위원장으로서 유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일로 IOC에서의 그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그나마 갖고 있던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지지세력마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평창유치위원회측은 “김 부위원장 개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결의안 채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유치위측은 “김 부위원장은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주장하지만 관계자의 진술,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모든 정황이 상세하게 밝혀졌다”고 논평했다.

또 한형식 체육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김 부위원장이 그동안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쌓은 공로는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이젠 일선에서 물러나 후진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기 바란다”고 밝혔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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