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관광 불황에 통역가이드 '비상'

입력 2003-07-18 18:12수정 2009-10-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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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파동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여행업계의 불황이 심각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5월부터 급감하면서 이들을 안내하는 일본어 통역가이드(전국 1500여명) 사이에는 지금이 ‘전쟁 상황’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8일부터 4일 동안 경주에서 열린 관광통역가이드 현장교육은 통역가이드의 위기의식이 그대로 나타났다. 경주신라문화원(원장 진병길·陳炳吉)과 경주시가 처음 마련한 교육에는 정원 80명이 20분 만에 마감됐을 정도.

이들은 숙식을 함께 하면서 불국사 석굴암 남산 등을 답사하며 가이드 역할을 재무장했으며 밤에는 ‘달빛기행’이라는 경주의 특색 있는 관광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에 이 같은 교육이 있다면 참여하겠는가’에 대한 설문에 참가자들 100%가 ‘그렇다’고 답했다.

외국 관광객을 직접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문화와 관광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반성도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통역가이드 재교육 기회를 많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1년에 2회 이상 이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한 참가자가 75%에 달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관광지인 경주에 대한 건의도 많았다. 가이드들은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 △노약자나 장애인도 경주 남산에 쉽게 오를 수 있는 방안 마련 △관광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친절 교육 필요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 상품 개발 등이 현직 관광가이드들이 진단한 경주 관광의 개선점이다.

14년째 일본어 통역가이드로 일하는 최성희(崔盛熙·42·경남 마산시)씨는 “통역가이드 상당수가 전업을 고민해야 할 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통역가이드의 역할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 경주 제주 등 관광지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매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경주의 달빛기행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9년째 활동하는 김정미(金貞美·32·한국관광통역가이드협회 사무국 직원)씨는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창(窓) 역할을 하는 통역가이드의 처우가 너무 열악한데다 재교육 기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많이 바뀌어 가이드의 전문성이 절실한데도 가이드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진병길 원장(39)은 “어떤 통역가이드를 만나느냐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느냐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데도 이들이 가이드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통역가이드의 역할과 자질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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