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축제로 문화를 채울순 없다

  • 입력 2003년 6월 17일 2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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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확인한 결과 인천시가 올해 책정한 주요 문화행사 지원비는 포스트월드컵 문화축제 5억원, 스카이투어 페스티벌 6억7000만원, 전국 무용제 4억원, 중국의 날 축제 3억원, 악기박람회 7억3000만원 등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안상수(安相洙)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중국의 날 축제’ 개최를 급히 서둘렀고 축제 프로그램을 공개 모집하기도 했다.

이런 열의에 비해 문화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2001년 시립미술관 건립 요구가 거셌다. 그러나 이 요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시는 중구 옛 도심지역에 예술촌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근 시장이 미국 하와이를 방문한 후 예정에 없던 ‘하와이 이민사박물관’ 건립 계획이 불쑥 나왔다.

인천지역 공공도서관 실태를 보면 도서관 수, 직원 1인당 봉사인원, 좌석 당 인구, 인구 1인당 장서 등에서 전국 평균치 이하 수준이다.

또 공연장 보유는 전국 7개 광역시 중 최하위이며 전시실도 울산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전시적인 소모성 행사가 아니라면 문화축제는 시민을 화합으로 이끄는 귀중한 콘텐츠이다. 따라서 축제보다 문화 인프라가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화시설과 문화 콘텐츠는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때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대형 종합문예회관 건립 열풍이 부는가 하면 요즘 문화를 축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 종교시설이 많다고 한국인이 종교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축제가 많이 열린다고 해서 한국이 문화적인 나라는 아닐 것이다.

축제가 문화콘텐츠의 하나이긴 하지만 문화콘텐츠가 축제로만 도배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문화 기반시설 확충과 함께 문화시설도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축제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이사장 haeb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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