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몸살 시설안전공단 직장폐쇄

  • 입력 2003년 6월 1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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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설물의 안전진단을 수행하는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노조가 약 두 달간 파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에 맞서 공단측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해 일부 시설물들에 대한 안전진단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직장폐쇄 조치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사례다.

공단측은 11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직장폐쇄를 신고한 뒤 12일 0시를 기해 출입구와 현관 등에 공고문을 붙이고 파업 중인 노조원들에게 공단 밖으로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노조원들이 12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공단 정문 출입구에 붙어있는 직장폐쇄 공고문을 읽고 있다.-박영대기자

공단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사장 등 임원들의 출근이 방해받고 있어 직원과 임원을 보호해야할 필요성 때문에 직장폐쇄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부장급 직원의 노조 가입 인정 △인사위원회 참여 △파행 인사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4월14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최근 간부들이 삭발하고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파업 강도를 높여왔다.

노조는 공단측의 퇴거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조원 130여명 중 80여명이 계속 공단 안에 남아 파업 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국 300여개 국가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맡고 있는 공단은 파업 장기화로 대구지하철과 서울의 동호대교, 노량대교, 서울지하철 1∼4호선 일부 구간 등 올해 실시해야 하는 50여개 시설에 대한 안전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의 노량대교. 완공 10년을 맞은 노량대교는 올해 처음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대상물로 공단측은 5월5일까지 1차 점검결과를 보고했어야 하지만 파업으로 인해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화재 참사를 빚었던 대구지하철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참사 직후인 3월 초 대구지하철공사가 화재 현장인 지하철 400m 구간에 대해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했으나 처음엔 현장 보존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반대로, 이후엔 전문 인력의 파업 동참으로 정상적인 안전진단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단측은 건설교통부와 협의해 일부 시설에 대한 안전진단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설안전기술공단은 성수대교 붕괴 이듬해인 95년 주요 시설물의 안전진단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기 위해 건교부 산하 공단으로 설립됐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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