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행위여부 법원서 판단"]'北송금 수사' 정치적 고려 배제

  • 입력 2003년 6월 1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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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이 12일 앞으로의 수사 및 관련자 처리 과정에서 이른바 ‘통치행위론’을 배제할 뜻을 내비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통치행위론에 대해 언급을 피해 온 특검팀이 이날 공개적으로 처음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15일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3주년 TV특별대담과 맞물려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이 없고, 정치적 통제수단이 따로 마련돼 있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이 심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통치행위론을 제기해 왔다.

검찰이 1995년 내란혐의로 피소된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한 것도 일종의 ‘통치행위’를 인정한 결과라는 주장. 따라서 대북 송금사건의 경우에도 사법부에 앞서 특검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1995년 12월 ‘5·18 특별법’이 공포된 이후 검찰에 의해 기소돼 97년 4월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유죄가 인정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통치행위론’은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현대에서는 개념 자체가 축소되거나 부정되는 추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치행위를 인정하더라도 이는 검찰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1979년 계엄선포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에서 통치행위를 인정한 것도 대법원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에서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통치행위에 대해서는 당연무효가 아니라면 사법권의 본질적인 한계를 넘어선다”며 통치행위의 실체를 인정한 바 있다.

특검팀이 12일 ‘사법부 판단’을 강조한 것 역시 이러한 논리를 따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조사와 관련해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혐의를 확인하고, 통치행위 배제 논리를 대입한다면 김 전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려대 법대 배종대(裵種大) 교수가 “기획자에 대해 실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배 교수는 특검팀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기소 여부 등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 검토를 의뢰받았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기소 여부는 특검이 결정할 일”이라고 전제한 뒤 “일반론이지만 대북 송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별도로 하고, 김 전 대통령이든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든 기획자는 교사범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 교수는 이날 “의뢰 요청 사실이 외부에 공개된 상황이어서 특검팀에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특검팀에 통보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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