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동네 이름에도 역사가 있다

  • 입력 2003년 5월 27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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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명칭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명은 그 장소의 모습을 설명하거나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명을 통해 지역의 역사성과 발전사를 가늠할 수 있고 나아가 애향심을 갖게 된다.

인천은 미추홀(彌鄒忽)∼매소홀(買召忽)∼소성현(邵城縣)∼경원부(慶源府)∼인주(仁州)∼인천부(仁川府)∼인천시(仁川市)로 지명이 변천됐다. 현재 8구, 2군, 1읍, 19면, 138동의 행정명을 갖고 있다.

구한말(1883년) 부내(府內)면, 먼우금(遠又爾)면, 주안(朱雁)면, 남촌(南村)면, 다소(多少)면, 조동(鳥洞)면, 신개고(新介古)면, 황등천(黃等川)면, 전우(田友)면, 이포(梨浦)면 등 10개 면을 통합한 인천지역 행정명의 변천사를 고찰한 결과 ‘동인천’을 제외하고는 모두 2음절의 한자어 구조다. 행정명의 형태적 유형을 보면 고유어(명사+명사) 구성(80개), 고유어+숫자(68개), 고유어+고유어(9개), 고유어+방위(1개)로 돼 있다.

문제는 지명의 유래와 관계없는 행정명이 많다는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98년 만들어진 중구 동인천(東仁川)동이다. 1940년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부평 삼산(三山)동도 그렇다.

해방 후 일제 이전으로 복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잔재를 따르거나 향토성(전통성)을 무시한 행정명도 많다. 1946년 항동(航洞)에서 바뀐 일신(日新)동은 전통성을 무시한 대표적 행정명. ‘배가 드나들던 곳’이라는 항동이 ‘새롭게 출발하자’는 지명으로 바뀐 것. 음리(音里)에서 바뀐 서창동(西昌)동, 난지도(蘭芝島)에서 개명된 경서(景西)동도 같은 사례다.

인천지역 행정명 중 전통성을 계승한 것은 46개(57.5%). 특히 동구, 강화군, 옹진군에 속한 동(洞)들은 지역의 역사성을 내포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인천의 전통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역사성이 담긴 동네 명칭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그것은 인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첫 걸음이다.

박덕유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deokyu@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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