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신안에 희귀조류 몰려든다

  • 입력 2003년 5월 27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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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개 섬이 있는 전남 신안이 희귀 조류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신안은 청정해역과 각종 수목이 우거진 산 등 천혜의 비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철새들의 이동통로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희귀 조류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신안군 압해면 송공리 해안에서는 20일부터 3일간 10만여마리의 도요새 떼가 하늘을 뒤덮은 장관이 연출됐다. 꼬까도요, 뒷부리도요, 좀도요, 민물도요 등이 뒤섞여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간조 때 곡예비행을 하다 갯벌에 내려앉아 먹이를 쪼아먹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됐다.

도요새는 호주 등지서 한철을 보내다 시베리아까지 1만여km를 이동하는 도중 국내 서해안 갯벌에서 10일에서 보름정도 머물다가 떠난다.

주민들은 “수년전부터 압해도에 수백마리의 도요새가 관찰됐으나 수십만마리가 떼지어 머물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1일 생태작가인 곽경호씨 일행은 흑산면 홍도1구 후박나무 군락지에서 희귀조류인 바람까마귀 2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촬영했다. 바람까마귀는 1959년 11월 경남 고성에서 잡혔다는 기록이 있을 뿐 국내에서는 44년만에 발견된 것이다.

이 새는 몸 길이가 32cm이며 색깔은 금속성 광택이 나는 녹색이고 가슴에는 자주빛이 감도는 짙은 쪽빛 깃이 있다.

지난 1일에는 흑산면 예리산 주변 초지에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관리공단 홍도분소에 근무하는 조류연구가 박종길(朴鍾吉·33)씨가 국내에는 아직 기록이 없는 긴다리딱새 1마리를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박씨는 “긴다리딱새는 중동이나 몽고지방에서 서식하며 인도로 월동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며 “새가 무리에서 이탈해 다른 철새들과 뒤섞여 중간 기착지인 이 곳에 잠시 머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목포지부 박수철씨는 “신안지역 섬이 중국, 시베리아 등지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바다에는 각종 갑각류, 해조류 등 먹이가 풍부해 희귀조류가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인 조류 전문가인 영국의 닐 무어는 2000년 한국에서 발견된 조류 400여종 가운데 절반 가량인 193종이 신안군 흑산면 소흑산도에서 관찰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안=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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