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北송금 수사 한달…DJ정부 핵심 ‘입열기’가 관건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42분


코멘트
그동안 순항을 해오던 송두환(宋斗煥) 특검호가 험로로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은 지금까지 산업은행 외환은행 국가정보원 현대그룹 등의 관계자 50여명을 상대로 ‘북 송금’ 자금 5억달러의 조성과 송금 과정 등을 조사해 왔다.

그리고 수사 개시 한 달 만에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돈(대북 송금액)의 성격’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대가’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검 수사가 이처럼 순탄하게 진행됐던 것은 분식회계 적발 등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는 것을 우려한 현대측이 수사에 협조했기 때문. 주요 인사들을 매일 한 사람씩 조사하고 곧바로 돌려보내는 숨가쁜 조사는 이런 이유로 가능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핵심인사들에게로 다가가면서 점차 수사가 난항에 빠지는 듯한 양상이다.

‘북 송금’ 자금의 조성과 송금 경로 등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현대측이 ‘북 송금은 남북정상회담 대가’라는 부분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

국정원은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현대상선측으로부터 건네받은 2억달러를 중국은행 서울지점을 거쳐 이 은행의 마카오지점에 개설된 북한 조선대성은행 등 3개 계좌로 송금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남북정상회담 직전 5일 사이에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이같이 송금한 점 △당시 현대측이 계열사들의 부도 위기 속에서 무리하게 5억달러를 송금한 점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해 송금한 점 △현대측으로부터 “대북 송금이 없었다면 정상회담도 없었을 것”이라는 진술이 나온 점 등을 들어 대북 송금이 정상회담의 대가라는 판단을 굳혔다.

하지만 임동원(林東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DJ의 최측근 인사들이 북 송금은 ‘경협사업대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몽헌(鄭夢憲) 회장 등도 대북 송금의 핵심기획자가 누구인지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팀 관계자가 “현대측이 아직 조사받을 만한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을 14일 일찍 귀가시키고 15일로 예정됐던 김재수(金在洙) 당시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한 소환을 갑자기 취소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사건의 전모를 어렵게 밝혀내더라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돈을 건넨 것이 과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특검팀은 다시 고심할 수밖에 없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결과가 정쟁에 이용될 소지가 있고 국민의 이익과 정파적 이익이 일치한다고 볼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