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위 또 낙하산…참여정부 인사 논란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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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상공회의소에서 먼저 온 ‘선임 낙하산’과 최근에 임명된 ‘후임 낙하산’의 자리 문제로 정관을 바꿔 새로운 임시직을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상의는 9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임시의원총회를 열고 정관을 바꿔 ‘상근부회장 대우’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고 이 자리에 하명근(河明根) 전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을 선임했다. 하씨는 민주당에서 수석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는 3월 임기가 끝난 김효성(金孝成) 상근부회장이 임기 3년의 부회장에 다시 선임된 상태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자부 1급 공무원 출신인 하씨가 또다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두 명의 부회장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 역시 산자부 차관보와 중소기업청 차장까지 지낸 인물. ‘낙하산’ 인사로 1997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겸 서울상의 상근부회장에 선임되었으며 이번이 세 번째임기다.

의원과 임원 110명 중 83명이 참석한 이 임시총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김 부회장이 연임된 상태에서 하씨가 ‘새로운 낙하산’으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새 직함을 만들었다”며 “정관 변경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소수여서 표결에 부치지 않고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상근부회장은 서울상의 사무국의 전반적인 업무를 관장하며 경제5단체 협의체의 실무적인 일을 맡고 있다.

서울상의측은 “새로 온 하 부회장 대우의 경력상 현재 공석인 전무 자리는 너무 낮은 것 같아 ‘부회장 대우’ 자리를 만들었다”며 “서울상의의 입장에서는 정부에 ‘계셨던 분’이 오는 것이 일하기에 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김 부회장은 “하 부회장 대우는 서울상의에서 전자상거래 분야의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요청해서 추천을 받은 인물이지 낙하산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하 부회장 대우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상의는 특별법인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대한상공회의소 산하에 설립된 법정 민간경제단체로 정관을 바꿀 경우 서울시에 정관변경 신고만 하면 된다.

지난달 8일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앞으로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낙하산 인사 근절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참여정부 들어서도 실제로는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코스닥위원장에 재정경제부 관세심의관을 지낸 허노중(許魯仲) 전 한국증권전산사장이 선임되자 증권업협회 노조 등은 ‘낙하산 인사’라며 파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국증권전산 사장에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을 지낸 한정기(韓廷基) 전 국세심판원장이 선임됐으며 지난달 18일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총재에 청와대 금융비서관과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을 지낸 유지창(柳志昌)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임명됐다. 정연주(鄭淵珠) KBS 신임 사장도 선임과정에 논란이 있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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