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씨 2억' 代價없는 정치자금일까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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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安熙正)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안씨가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에게서 받은 2억원의 성격과 안씨에게 적용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타당한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 설명=검찰은 당초 생수회사에 지원된 ‘투자금’이었던 이 돈의 성격이 노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로 흘러 들어가면서 ‘정치자금’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김 전 회장의 동생 효근씨가 투자 명목으로 돈을 전달한 데다 이 돈이 실제로 생수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쓰인 점 등으로 미뤄볼 때 투자금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검찰은 또 “돌려줘야 할 투자금을 ‘정치자금에 쓰겠다’고 요청해 동의를 받아낸 순간 투자금이 정치자금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안씨에게 정치자금법(제30조 1항)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 정치인이었던 안씨가 후원회 등을 통한 모금, 영수증 발급, 기부금 제한 등의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법조계 반론=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안씨가 건네받은 돈은 ‘보험적 성격’이 짙은 로비자금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검찰 일각에서도 돈의 전달 과정이나 사후 처리 방식 등으로 미뤄볼 때 그럴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김 전 회장측이 안씨에게 모두 현찰로 전달한 것이나 효근씨가 자본금 5000만원에 불과한 회사에 2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약정도 맺지 않고 ㈜오아시스워터의 경영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대목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안씨는 처음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엔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번복했으며 검찰에 출두해서는 “내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사용했다”고 몇 차례 말을 바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이 법리상 틀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가벌성이 낮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하고 대가성 규명에 실패함으로써 대통령 측근을 배려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에 대해서는 보성그룹 계열사의 화의 관련 청탁을 밝혀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노 대통령 인지(認知) 논란=효근씨는 검찰에서 “(안씨에게 돈을 전달할 당시) 안씨가 노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해 노 대통령을 ‘의식’하고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에게서 받은 2억원을 포함해 2억5000만원의 뭉칫돈이 재정난을 겪고 있던 이 연구소의 사무실 이전과 여론조사 등에 지출된 점을 감안할 때 돈의 출처를 노 대통령이 물어보지 않았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검찰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노 대통령이 나중에라도 이 돈의 출처를 보고받고 연구소에 쓰도록 용인한 일이 있다면 노 대통령에게도 공동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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