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민간 수혈 ‘동맥경화’…개방형 임용제 진입장벽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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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민간인 수혈을 확대하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참여정부에서도 민간인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1월 중앙인사위원회를 방문해 “앞으로 공공부문, 민간, 학계, 심지어 정계까지 벽을 허물고 자유롭고 원활하게 교류가 이뤄져 국정에 반영되는 인사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인 진출 현황=정부는 공직사회의 민간인 수혈을 위해 2000년부터 ‘개방형 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40개 기관의 4급 이상 139개 직위가 개방형 직위로 지정돼 공개모집을 통해 적임자를 선발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이 제도에 따라 임용된 공직자는 9명이지만 민간인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6명은 각 기관의 내부 공무원이 임용됐다.

국민의 정부 때인 2000년부터 올 2월 말까지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사람은 모두 182명. 이 중 민간인은 22명으로 다른 부처에서 근무하다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공무원 7명까지 포함하더라도 외부 임용률은 15.9%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민간인 중 8명만이 재계약을 했다.

▽진출 장벽=개방형 임용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각 기관장의 의지 부족과 함께 개방형 직위가 잘못 선정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앙인사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동부 고용평등국장에 최초로 여성 민간인을 임용한 것을 성공사례로 들면서 “기관장들이 조직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민간인을 과감히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부기관은 여전히 개방형 직위에 내부 인사를 내정해 놓고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거치고 있다.

여기에는 개방형 직위 선정이 중요 직위에 집중되는 등 상당수가 민간인 출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기도 하다.

개방형 직위 중 정부 인사법령이나 인사 관행에 해박해야 할 행정자치부 인사국장이나 정부 예산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기획예산처 총괄심의관의 경우 외부 임용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

이와 함께 국내 노동시장이 경직돼 공직에서 활동한 뒤 예전의 민간 직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점도 개방형 임용제 정착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개선 노력=중앙인사위는 참여정부 임기 내 개방형 직위의 외부임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스카우트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또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개방형 직위 조정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민간인이 응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개방형 직위를 조정할 방침이다.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도 “공무원 조직의 경직성이나 보수 수준 등의 문제로 개방형 직위에 민간인이 오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개방형 직위를 재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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