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자체 이미지, 명쾌해야 성공한다"

  • 입력 2003년 4월 27일 2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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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들이 다양한 ‘이미지 전략’을 펴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미지가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영주 동양대 이재철(李在哲·경영관광정보학부) 교수는 최근 전국 86개 기초지자체의 이미지를 조사, 분석한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미지 홍보전략’을 영주시에 제출했다.

▽막연한 이미지 많다=86개 시군 가운데 35개(41%) 시군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지역이미지를 설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청정의 고장’ ‘자연과 역사가 살아있는∼’‘푸른 산 맑은 물’ ‘물 맑고 인정 많은∼’ ‘자연이 아름다운’ 등 이미지가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했다.

문화예술과 역사적 환경을 지역이미지로 설정한 22곳(26%)도 지역의 특징적인 문화 예술 역사를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두루뭉실했다.

몇몇 지역은 ‘문화와 관광의 고장’ ‘아름다운 예향의 도시’ ‘문화도시∼’‘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등으로 막연한 표현을 사용했고, ‘밝은 미래’ ‘미래의 땅’ ‘풍요로운∼’ ‘희망찬 미래∼’ 등 추상적인 이미지를 제시한 지역도 적지 않았다.

▽명쾌한 이미지가 성공한다=전북 무주군의 ‘자연의 나라, 반딧불이의 나라’와 전남 함평군의 ‘나비와 꽃의 세계’는 지역이미지 설정의 모범으로 꼽힌다.

무주군은 개똥처럼 흔한 벌레라는 뜻의 개똥벌레(반딧불이)를 지역이미지로 설정하고 관광자원화 해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도록 만들었다. 무주군은 반딧불이를 상표등록하는 한편 지역특산물 브랜드에도 적극 활용해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던 함평군은 군내 어디를 가더라도 만나는 나비를 지역이미지로 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멸종위기종인 황금박쥐가 서식할만큼 생태계 보고인 함평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나비를 지역이미지로 다듬었다. 지난해 나비축제에는 130만명이나 방문했고 지역특산물에도 나비를 적극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구 600만명의 중미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아이티는 빈곤과 미신이라는 얼룩진 국가이미지를 ‘미신과 신비가 가득한 무당의 나라 아이티’로 대전환시켜 성공한 케이스. ‘무당과 미신이 판치는 아이티’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아이티, 무당의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역전시켜 모험과 신비를 즐기려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역이미지 설정의 성공조건=지역이미지가 명쾌하지 못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이미지 중복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어 사용 △어려운 용어 △신뢰성 부족 △중얼거리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같은 표현은 ‘딱 떠오르는’ 메시지 전달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억과 낭만,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해양관광도시’는 너무 많은 이미지를 한꺼번에 전달하려해 초점이 분산된다는 것.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보기 어려운 경우. ‘청풍명월’ ‘천혜의 청정지역’ ‘녹수청산’ 등은 표현이 다소 어려워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세계적인 동굴도시’ ‘하늘과 땅이 만나는 오직 한 곳’ ‘한반도의 중심’ ‘21세기 세계적인∼’ ‘서해안 시대의 중심’ 등은 비록 차별화된 표현이지만, 객관적인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푸른 청정녹색도시’ ‘푸르고 맑고 깨끗한 아름다운 신선세계’ ‘항공우주산업과 해양문화가 어우러진 웅비하는∼’ 등은 너무 문장이 장황해 기억하기 어렵고 효과적인 이미지 전달에도 실패한 것으로 이교수는 분석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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