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대로 알리기’ 대학들 팔걷었다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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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제교육진흥원에서 실시 중인 ‘모국 수학생 장기 교육과정’에 참가한 재외 교포학생들이 한국학 수업을 듣고 있다. -권주훈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제교육진흥원에서 실시 중인 ‘모국 수학생 장기 교육과정’에 참가한 재외 교포학생들이 한국학 수업을 듣고 있다. -권주훈기자
‘한국의 참 모습을 세계에 알리자.’

국내 대학과 국제교육진흥원 등 교육기관들이 한국을 널리 알리고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잇달아 준비하고 있어 재외 교포는 물론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다.

▽한국학 열기=한국외국어대는 올해 여름방학 동안 세계 60여개국의 학생이 6주 동안 국내에서 생활하며 한국의 역사와 경제, 사회, 문화, 언어 등을 배우는 ‘한국학 강좌’를 개설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학과 연구원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전문가들과 국내 교수진이 강의하며 한국외국어대 재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이론 강의, 금요일은 체험 학습으로 구성된다.

고려대도 6월에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대학 교수, 교사, 한국학 관련 출판인, 교육행정가, 교과서 편찬자 등 40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 ‘한국학 워크숍’을 개최한다.

한국정치와 경제, 문화 등에 대한 강의와 유적지 방문, 전통공연 관람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하며 국내 고교를 찾아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도 갖는다.

고려대는 UCLA 한국학센터와 함께 미국 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는 미국인 학생 10명을 선발해 7월 중순에 1주일 동안 한국학 워크숍을 연다.

숙명여대도 미국 풀브라이트재단의 지원으로 여름방학에 미국의 초중등 교사와 대학 교수들을 초청해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미국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교류 풍성=서울여대는 여름방학에 재학생들이 외국 협력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한국학 프로그램인 ‘바롬 국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외국인 학생은 한국에 대한 산지식을 쌓을 수 있다.

경희대는 외국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미국 초중고교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을 체험하도록 하는 ‘여름 한국문화체험학교’를 개최한다. 대상에 따라 2∼4주 동안 진행되며 경희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도우미’가 한국어 교육을 보조한다.

이화여대는 6월 말부터 외국인 대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국제 하계대학’을 개설한다. 6주 동안 진행되며 재학생 도우미 1명이 외국 학생 2명과 친구 관계를 맺고 이들의 한국 생활 전반을 안내한다.

▽재외교포 교육=한양대는 재외교포 2세 등을 대상으로 7월 초부터 4주 동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국제여름학교’를 연다. ‘한국어’와 ‘한국의 이해’ 등 2과목이 개설되며 올해부터는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도 재외교포와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7월 말부터 4주 동안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청소년 여름학교’를 개설한다.

국제교육진흥원(원장 오성삼)은 재외교포 학생과 재외 한국학교 교사, 입양아들이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장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우즈벡 교포학생 김옐레나씨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국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태어나신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3년간 돈을 모아 한국에 왔습니다.”

국제교육진흥원이 실시하는 ‘모국 수학생 장기 교육과정’에 참가하기 위해 1주일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김옐레나씨(22·사진)는 “모두 가고 싶어 하는 모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꿈만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의 조부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다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우즈베키스탄으로 쫓겨 와 정착했다. 김씨는 우즈베키스탄의 동방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부모님도 한국어를 조금 하지만 러시아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한국어는 대학에 와서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김씨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부모님이 3년간 애써 모은 3000달러를 쥐어주며 고국을 제대로 공부하고 오라고 당부했다”며 “모든 것이 새로운 공부이고 특히 노래방에서 한국 노래를 배우는 게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고려인들은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통해 모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첨단국가로 발돋움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씨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이 중상류 이상의 생활을 하는 것도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 덕분”이라며 “한국으로 자식을 유학 보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열심히 저축하는 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9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원 중 한 곳에 진학하고 싶다”며 “앞으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가교 역할을 하는 통역이나 번역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전문가 기고/한국학 보급은 대학의 임무

김흥규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국제사회에서는 평화와 전통보다는 분쟁과 갈등의 나라로 인식되거나 우리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1차적인 원인은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리고 홍보하는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하는 우리의 모습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자국 문화 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우리가 정작 우리 것을 너무 모른다는 점에 놀라고 부끄러울 때가 많다. 대학생들도 같은 고백을 많이 한다. 이는 외국어 능력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단견과 무지에서 비롯된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문화를 상대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대학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임무 중의 하나다. 우리의 정치, 문화, 사회를 진정한 세계화의 틀 속에서 이해하는 것은 비단 외국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올바른 정체성 확립과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 속의 지성인과 교양인을 육성하려는 대학의 목표와 걸맞게 한국학의 균형된 이해와 보급은 절실하다.

더욱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그 사회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거나 그런 위치에 오를 사람들이어서 우리에게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다국적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 한국의 이해와 직결되는 곳에서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한국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체계적인 연구가 절실하다.

김흥규 한국외국어대 연구대외협력처장·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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