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지하철참사 추모공원' 졸속 약속

  • 입력 2003년 4월 16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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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희생자 추모공원과 묘역 조성사업과 관련, 대구시가 희생자대책위와 합의한 사항을 뒤집는 등 시정(市政)이 오락가락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14일 대구지하철 희생자 대책위와 추모사업 추진을 위한 2차 실무회의를 열고 중구 수창동 옛 한국담배인삼공사 부지(수창공원 조성예정지)에 추모공원과 묘역을 조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곳에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할 경우 부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도심공원에 납골당형태의 묘역 조성을 금지하는 도시공원법의 개정과 도시계획법상 형질변경도 이뤄져야 하는 등 난관이 많아 추모공원 추진이 어렵다"며 칠곡 시립공원 묘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대구시가 지난달 31일 희생자 대책위측과 가진 1차 회의에서 수창공원용 부지에 추모공원과 묘역 건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번복한 것.

시는 당초 추모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해 장사 등에 관한 법의 개정을 건설교통부 등에 건의하는 한편 도시계획관리계획 변경도 추진하고 반발하는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기로 대책위 측에 약속했다.

시의 입장 번복은 중구 수창공원 부근 주민들이 시의 추모공원 조성 방침에 반발, 연대 서명을 하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하고 관련법 개정 추진이 어렵다는 실무진의 최종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대구시가 수창공원 부지에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위 측과 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희생자 대책위는 "지난달 31일 행정부시장 등 시 고위공무원이 수창공원 부지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해 놓고 주민반대와 법적문제 등을 이유로 합의사항을 2주 만에 뒤집은 것은 유족들을 속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도시문제 전문가들은 "도심공원에 추모공원과 납골당 형태의 묘역을 추진할 경우 부근 주민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관련법 개정도 어렵다는 사실이 예견되는 데도 시가 대책 없이 유족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모공원 조성에 합의를 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였다"며 "대구시는 이제라도 중심을 잡고 원칙에 입각,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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