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서 발암의심 물질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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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시판중인 유명 수입 및 국산 화장품에서 환경호르몬이자 발암의심 물질인 ‘프탈레이트’가 다량으로 검출됐다.

시민환경연구소와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는 2월 향수 헤어무스 헤어스프레이 모발염색제 매니큐어 등 5개 품목의 화장품 24개 제품(수입 10개, 국산 14개)을 수거해 프탈레이트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고 15일 밝혔다.

지금까지 수입 화장품에 대해서만 조사가 실시돼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적이 있지만 국산 화장품에 대해 이 물질의 함유 여부를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프탈레이트에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디에틸프탈레이트(DEP), 부틸벤질프탈레이트(BBP) 4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 중 DEHP와 DBP는 카드뮴과 독성이 같은 그룹에 속해 있고 인간의 번식력을 손상시킬 수 있는 물질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개 제품이 2종류 이상의 프탈레이트를 함유하고 있었으며 10개 제품은 3종, 2개 제품은 무려 4종류의 프탈레이트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에서 유아용품은 물론 화장품에 사용을 금지한 DBP와 지난해 말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인간 정자의 유전물질을 파괴한다고 밝힌 DEP가 특히 많았다.

DBP는 ㎏당 평균 430mg, 최대 9857mg이 검출됐으며 DEP는 평균 632mg, 최대 7990mg이 나왔다. 또 DEHA는 평균 4.1mg, 최대 24mg이 검출됐고 BBP는 ㎏당 평균 1.3mg, 최대 19.9mg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환경연구소 유의선(兪義善) 연구위원은 “조사된 24개 화장품 가운데 프탈레이트 함유 사실을 표시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정부는 화장품류에 프탈레이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하며 그 전에 함유 여부를 제품에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식품용기에는 프탈레이트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나 화장품에는 아직 허용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화장품의 이름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http://www.kfem.or.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모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프탈레이트가 유해하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도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며 “회사 차원에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확인작업을 벌인 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화장품의 용매(溶媒) 또는 광택제 등으로 쓰인다. 카드뮴에 비견될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으며 동물실험 결과 간 신장 심장 허파 등에 유해하고 기형출산 및 생식기 발달 억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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