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교직연수도 없이 '졸속투입'

  • 입력 2003년 4월 1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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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여교사의 차 시중 논란에서 비롯된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 교장 자살 사건을 계기로 기간제 교사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간제 교사가 늘면서 일선 학교에서 이들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교장 교감과의 관계는 물론 정규 교사 사이에 갈등이 잦아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기간제 교사=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는 1999년 5600여명, 2000년 1만6100여명, 2001년 1만3300여명, 2002년 2만여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학교급별로는 지난해 4월 현재 초등학교 4983명, 중학교 4792명, 고교 1만309명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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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는 당초 여교사의 출산휴가나 휴직 등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교원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됐으나, 무리한 교원정년 단축으로 인한 초등학교 교원부족 현상과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줄이기 위한 ‘교육여건 개선사업’으로 학급 수가 늘어나면서 기간제 교사 채용도 크게 늘고 있다.

또 제7차 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제가 도입됨에 따라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계약제로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 채용이 늘고 있다.

▽열악한 처우=그러나 기간제 교사는 시도교육청에서 일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개별 계약하기 때문에 정규 교사에 비해 근무조건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1년 단위 계약보다는 학기 중 수업이 있는 기간만 4∼6개월씩 채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방학 기간에는 급여가 없는 것은 물론 퇴직금도 없는데다 연월차 휴가 등에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법상 교원에 준하는 신분이어서 학원강사나 과외 등을 할 수 없어 생계 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기간제 교사들은 계약 연장을 위해 인사권을 가진 교장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어 부당한 지시나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기간제 교사는 “학교에서 각종 연구 계획자료를 만들도록 지시한 뒤 정작 제출할 때는 정교사 이름으로 만들어 분통이 터졌다”며 “정교사들이 각종 잡무를 떠맡겨 수업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초 연수도 부실=교장 자살 사건이 난 보성초교 진모 교사의 경우 중등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초등교육에 대한 연수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생과 중고생은 교육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어 교장과 교감 등이 수업참관 등의 형식으로 진 교사를 지도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깊어졌다는 것.

충남은 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1100명 중 660여명, 경북은 167명 중 134명이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기간제 미술교사 A씨는 “화분을 그리라고 하자 4학년 학생들이 어떤 종이에 그려야 하는지, 이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등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쏟아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연세대 김혜숙(金惠淑·교육학) 교수는 “학생들의 발달단계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르칠 경우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간제 교사도 학생의 이해도와 수업 방법 등에 대해 일정기간 연수를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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