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장수철/청계천에 나무다리를

  • 입력 2003년 4월 1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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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철
서울시의 새로운 꿈과 희망이 펼쳐지는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가 이제 곧 첫 삽을 뜨게 된다.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로 찬란하게 장식될 이 거대한 공정은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사람들로부터도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서울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재도약함은 물론 600년 고도(古都)의 제 모습을 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계천 살리기는 단순한 하천 복원이 아니라 서울의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길”이라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말에 공감한다. 생태하천과 문화 유적을 동시에 복원함으로써 ‘친환경적인 도시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삭막한 현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청계천 복원 설계도를 보고 아쉬운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모를 통해 하천 위에 세워지는 다리들을 콘크리트로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은 어디까지나 ‘원래대로 복원’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옛날의 청계천을 다시 살리는 과정에서 콘크리트로 된 다리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선조들이 그 옛날 하천 위에 놓았던 지혜의 다리, 그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그런 다리를 청계천 위에 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다리만큼이나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잘 나타내는 건축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거액을 들여 현재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또다시 그 위에 콘크리트 다리를 올려 놓는 것은 역사적인 복원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도심에 자연을 심고 쾌적한 환경을 살리자는 데 목적이 있기에 마땅히 원초적이고 목가적인 다리를 올려 놓아야 한다. 한강을 건너는 콘크리트 대교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서울 시민들은 허술해 보이는 나무다리 같은, 자연이 숨쉬는 다리를 원하고 있다. 삭막한 콘크리트가 아닌 원시적인 다리가 청계천 위에 놓여질 때 진정한 복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경제적이고도 친환경적이면서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청계천의 모습을 기대한다.

장수철 중국 옌볜 인민출판사 한국지사장 서울 마포구 아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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