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지하철은 안전합니까 ?

  • 입력 2003년 2월 21일 22시 20분


코멘트
“부산지하철은 안전한가”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를 계기로 하루 평균 80만명이 이용하는 부산지하철의 안전여부에 대해 부산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산 지하철의 운행 시스템과 인력운용 등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본다.

▽지하철 역=부산에는 지하철 1호선 34개, 2호선 39개 등 모두 73개의 역이 있으며 이중 11개 역이 지상에 있고 나머지 62개 역은 지하에 있다.

각 역에는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소화기, 방독면(역 당 20∼30개) 등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우선 스프링클러의 경우 실내 온도가 섭씨 80도 이상일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유독가스를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각 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방독면 등 화생방 장비들도 대부분 구형이어서 긴급상황 발생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역사 내에는 아크릴광고판과 안내판 등 유독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물질이 많아 화재 발생시 대형참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시민들이 많이 붐비는 서면역 구내에는 플라스틱 원통형 충전자판기 광고판을 비롯해 아크릴광고판이 30여개 이상 설치돼 있다.

▽객차=전동차 객차 내에는 2대의 소화기와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비상장치 등이 있지만 표지판이 눈에 잘 띄지 않고 훼손된 것도 있다.

2호선은 승객과 사령실, 승무원 간의 통화가 가능한 인터폰이 있지만 1호선은 비상버튼만 설치돼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승객에게 이들 장치의 이용법에 대해 특별한 교육이나 안내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아 돌발상황 발생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부산지하철도 객차의 내장재와 바닥재, 좌석시트 등의 소재가 대구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대형화재시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을 수 있는 염화비닐 수지,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등으로 돼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인력운용=인건비 절감을 위해 98년부터 실시중인 1인 승무제가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인 승무제의 경우 기관사가 CCTV 모니터와 반사 거울 등을 통해서만 승객의 탑승 여부와 사고발생 등을 감지하기 때문에 차량 뒷부분은 사각지대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기관사 김모씨는 “승무원 1명이 위험 돌발상황에 대처하고 지하철 운행과 승객의 안전도 책임져야하는 1인 다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안전관리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1개 지하철 역사의 정규 근무자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1명은 매표를 전담하는 민간인으로 채용하는 매표원 민간위탁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출근전인 오전 5시∼오전 9시의 취약시간대에는 당직 근무자 1명을 빼면 사실상 1명만이 역사의 대합실, 승강장, 통로 감시와 안전대처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하게 돼 각종 안전사고에 취약 할 수 밖에 없다.

이 밖에 대형화재 발생시 종합사령실과 승무원 ,승객, 역무실 간의 긴급연락과 대응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훈련도 없다.

△전문가 진단=한국산업안전학회 회장인 이내우(李來雨·산업안전공학) 부경대 교수는 “승무원 1명이 승차, 발차, 차내 안전점검 등을 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위험물질이 객차 내에 반입되는 시스템도 문제지만 지하철 안전기준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너무 미비하다”며 “객차 내장재를 불연자재로 설치 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노후 배기시스템을 전면 현대화하고, 독일 지하철에 설치돼 있는 열차 내 스프링클러 시설 도입, 일본 지하철의 개폐 가능한 창문 설치 등을 통해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