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여월지구를 지키자

  • 입력 2003년 2월 4일 2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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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천시의 한 쇼핑센터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간 적이 있다. 멀리 계양산을 허리쯤 가리고 있는 계양구와 부천 중동, 상동신도시의 높은 아파트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도시 어디를 둘러봐도 녹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빼곡이 들어찬 아파트와 일반 주택들, 퇴근시간이라 길게 줄을 선 자동차들이 내뿜는 연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부천시는 53.44㎢의 면적에 인구 80여만명이 거주하는 초 과밀화 된 도시다. 대기 중 이산화질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미세먼지 등의 밀도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 2위를 다툴 정도로 심각하다. 시민 1인당 녹지 면적은 32㎡로 도내에서 최하위다. 게다가 자연환경 또한 열악해 전체 면적 가운데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18.9%로 환경부가 요구하는 도시의 산림기준 30%에 훨씬 못 미친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시내 중심에 위치한 마지막 녹지공간인 여월지구의 그린벨트 20만3000평에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부천시는 정말 녹지하나 없는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개발과정에서 공원도 만들고 녹지도 다시 조성하겠지만 출퇴근시간의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피해, 차량소음에 따른 정서적 불안 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 안아야 하는 부담이다.

1월25일 부천지역 9개 시민단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도시포럼’을 결성할 것을 시에 제안했다.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경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환경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무계획적이고 무분별한 개발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한다. 포럼이 결성되면 지역개발을 연구하는 교수 등 전문가 그룹과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 시민단체, 기업 등이 참여하게 된다.

도시의 녹지는 시민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동안 개발로 인해 더욱 열악해진 자연환경이 더 이상 헐벗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 대한 지금 세대의 책임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이 보장된 도시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권순호 부천 경실련 사무국장 bcccej@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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