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5000만원 ‘배달사고’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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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이사장이 시간강사로부터 받은 거액의 ‘선물’을 엉뚱한 사람에게 돌려보냈다가 4년반 만에 되찾았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15단독 송인권(宋寅權) 판사는 지방 D대학 이사장 A씨의 유족 9명이 C씨(44)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30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선물 배달사고의 발단 시점은 1998년 5월8일. 당시 A이사장(2002년 6월 작고)은 멜론상자 속에 담긴 5000만원을 ‘선물’로 받았다. 이 돈은 이 대학 법학과 시간강사인 B씨(34)가 이사장 집을 방문해 직접 전달한 것.

그러나 A이사장은 돈을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부인에게 “법학과 B교수에게 돌려 주라”며 상자를 맡겼다. 이때 부인이 사람을 착각해 ‘배달사고’를 내고 만 것.

부인은 돈을 보낸 강사 B씨(34)를 같은 성(姓)을 가진 피고 C씨(44·법학과 교수)로 착각했다. 뒤늦게 ‘수신인’이 뒤바뀐 사실을 알게된 A이사장은 이듬해 3월 말 피고 C씨를 만나 경위를 설명한 뒤 반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C씨는 “예전에 전임교수 채용을 조건으로 학과장에게 학교발전기금 3000만원을 줬는데 당시에는 채용되지 않았다가 그 뒤 채용됐다”며 “그 돈 3000만원과 지연손해금 900만원을 되돌려 받은 셈치고 나머지 1100여만원은 학과장에게 재단측에 전달하라며 줬다”고 주장했다.

엉뚱하게 5000만원을 날려버린 ‘선물’ 제공자 B강사는 2000년 6월 C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듬해 5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패소했다.

결국 2002년 6월 A이사장이 사망하자 유족들이 다시 ‘법학과 C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4년반 만에 5000만원을 되찾게 됐다.

송 판사는 “피고가 5000만원의 ‘수신자’가 자신이 아님을 알면서도 반환을 거부한 것은 불법”이라며 “학교발전기금 3000만원은 이사장과의 법률관계가 아니라 학과장과의 법률관계이므로 ‘선물’ 5000만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당초 시간강사 B씨가 이사장에게 ‘선물’로 5000만원을 왜 줬는지는 소송과 무관한 사항이어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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