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盧당선자 조세법률주의 위배”

  • 입력 2003년 1월 28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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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자신의 공약사항인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제도 도입의지를 강조하면서 ‘헌법 손질’의 필요성까지 거론한 것은 현행법 테두리에 얽매여 있는 듯한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를 강력히 질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는 대선 과정에서도 현행 상속 증여의 유형별 포괄주의도 광범위하게 상속유형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이보다 더 강력한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예산이나 법률 등 기존 현실에 얽매이지 말고 공약을 제도와 정책으로 추진할 것을 지시한 이후 ‘전향적 검토’ 수준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노 당선자는 이 같은 재경부의 입장을 ‘관료적 소극주의’로 파악하고 있는 분위기다.

22일 토론회에서도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 입장이 중요하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으나 노 당선자는 “현행법 테두리와 현실의 한계, 정치적인 상황 등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시급히 추진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세 요건을 명확하게 법에 규정하도록 돼 있는 현행 조세법률주의 아래서는 완전포괄주의가 위헌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상속 증여라는 행위만 인정되면 뭐든지 과세할 수 있으므로 헌법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면서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위헌시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완전포괄주의보다 강도가 훨씬 약한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 제도에 대해서도 행정부의 과세권 남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과세요건이 불명확한 사안에 대해서는 납세자 편을 들어주는 판례를 많이 내놓았다.

이 제도만을 도입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징세의 최대원칙인 ‘조세법률주의’를 그대로 둔 채 이와 배치되는 조항을 삽입하기도 어려워 위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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