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政 건전성 악화 우려…보건복지예산 올 8조7000억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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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정책을 대부분 공약대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재정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은 북핵 위기, 가계 부실화, 내수 위축 등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재정 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시기”라며 재정운영을 적자에서 흑자로 되돌리고 국가 채무를 줄여 새로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8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와 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 과정에서 재정 여건상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이 상당수 걸러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대부분 점진적으로라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더구나 노 당선자가 예산 부족을 들어 공약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을 질책한 뒤 일부 정부 부처는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장밋빛 청사진’ 내놓기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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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노 당선자의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예산이 올해 8조7000억원에서 5년 뒤 26조원으로 늘어야 할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관련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의약 분업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을 잘못 예측해 2001년 보험재정이 2조원가량 부족했던 전례 등에 비춰본다면 26조원으로 충분하다는 보장도 없다.

노 당선자는 200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7%인 교육재정은 임기 내에 6%로, 총예산의 8.7%인 농림부문 예산은 1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다른 부문에 대해서도 대부분 예산 확대를 약속했다.

이처럼 씀씀이는 많은 반면 재정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미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국채 발행을 통해 적자를 메우느라 1997년 60조3000억원이던 국가채무(정부 공식통계 기준)는 2001년 말 122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정부의 채무보증액도 13조원에서 10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다가올 공적자금 상환 등을 감안하면 계속 적자가 누적돼 나랏빚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건전한 재정’에 힘입어 외환위기의 후유증을 비교적 단기간에 벗어난 반면 아르헨티나는 무리한 복지 지출 등으로 국가가 사실상 부도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국가적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재정 건전성이 이미 많이 무너진 현실에서 차기 정부가 재정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한 선심성 지출 확대에 치중하면 한국경제에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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