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쓰는이렇게 키우세요]스트레스

  • 입력 2003년 1월 21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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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 초등학생이 과중한 학원 숙제와 공부의 스트레스에서 “바다 속의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며 걱정이 없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나름대로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자살까지도 생각한다. 아이들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와 그 대처방법을 알아본다.

사춘기 이후 급격한 신체와 사고능력의 발달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유아기와는 전혀 다른 문제들로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자아형성의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이성에 대한 호기심, 성욕, 장래 직업선택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등거리를 갖는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입시 경쟁이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더해진다. 한마디로 청소년기는 이상과 기대는 높되 현실은 그를 따라 주지 못하는 갈등 속에서 고민하는 시기이다.

실제로 ‘아동백서 2001’에 나타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스트레스가 많거나 많은 편이라는 응답이 반수를 넘었다. 한편 스트레스의 원인은 중고등학생의 경우 공부나 장래, 진학문제 학교생활로 단연 학교 및 공부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또 음악을 듣거나 잠을 청하면서 소극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가 뚜렷해서 여학생은 음악과 잠을 가장 많이 선택하였고, 남학생은 음악, PC방, 운동 순으로 선택하였다. 한편 우울에 대한 질문에서는 중고등학생의 절반 정도가 우울하다고 응답하였고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더 우울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2배 정도 더 우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우울할 때나 외로울 때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로는 동성의 친구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없음이었고, 어머니보다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하는 청소년들은 훨씬 적었다.

아이들이 공부나 친구간의 문제로 힘들어 할 때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특별히 중요하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스트레스는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술, 담배, 비행, 가출, 자살 등의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약해서 어떻게 인생을 살려고 하니?” 혹은 “다른 아이들도 다 하는데 왜 너만 그러냐?” 하는 식의 반응은 아이의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다.

아이의 식욕이 갑자기 떨어질 때,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반대로 잠을 잘 자지 못할 때,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낼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거나 우울증이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먼저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아무리 바빠도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는 것이 좋다. 특히 큰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부모에게 걱정거리를 쉽게 털어놓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이가 우울할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외로운 아이가 되지 않도록 아이들의 귀가 되어주자. 더 나아가 아이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인을 함께 파악하고 실제적인 대처방법들을 함께 고안하는 파트너가 되어주자.

장유경·한솔교육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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