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남다른 고용철학 (주)모노 이규연 사장

  • 입력 2002년 12월 15일 21시 57분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입장이지만 미래의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인천 남동공단에서 지퍼용 원사를 생산하는 ㈜모노의 이규연 사장(李揆連·50·여)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 20명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8명. 이들은 이 사장을 친 누나처럼 따르며 ‘평생 일터’란 생각을 갖고 성실히 일하고 있다.

이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몇 년 일하다 떠날 이방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가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왕복 항공권을 준비해 본국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가족 방문을 위해 출국할 때 본국의 부모와 친지들이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을 챙겨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직급을 주고 그에 걸맞는 대우도 한다.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모하마드 하산(36) 등 2명이 현재 계장, 주임의 직급을 갖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말이면 스키캠프 등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다. 이 사장은 회사 미니버스를 준비해 강화 등지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 해 준다.

주임인 필리핀 출신의 아레그리아 리조 알렉시스(39)는 “이 사장은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며 “이 사장에 대해 이야기한 뒤 본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은 같은 값이면 한국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 사회의 학력 구조로는 제조업을 지탱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장 크다.

고학력의 젊은이들이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해 결국 외국인 근로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제조업 운영의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

이 사장은 “주위에서 ‘미쳤느냐’는 소리도 하지만 결국 현장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며 “정부도 제조업체의 심각한 인력난을 감안해 조건에 부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과감히 인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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