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②도심 승용차를 줄이자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8시 25분


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앞 퇴계로에 승용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 변영욱기자
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앞 퇴계로에 승용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 변영욱기자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간선도로는 매일 아침만 되면 출근용 승용차로 거대한 주차장이 된다. 승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도로 확장은 더디기만 하다. 아니, 이제는 길을 더 닦을 공간도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청계천을 복원한다’, ‘버스에 중앙차로를 내 준다’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혼잡한 도심의 교통 흐름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낳고 있다. 이제는 승용차를 집에 두고 빠르고 편리해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길바닥에 뿌려지는 시간과 돈〓21일 오전 8시 서대문구 연세대 앞 성산로. 왕복 10차로의 넓은 도로지만 끝없이 늘어선 시내 방향의 차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고작 10m 앞으로 나아가는 데 10분이 걸릴 정도.

양천구 목동에서 광화문까지 버스로 출근하는 회사원 박경우(朴京雨·31)씨는 “매일 반복되는 체증이어서 이젠 익숙해졌다”며 “버스에서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고통스럽고 긴 출근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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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승용차로 인해 서울 시내의 차량 주행속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도심의 차량 평균 주행속도는 1984년 시속 25.2㎞에서 95년 18.2㎞로, 지난해에는 다시 16.6㎞로 떨어졌다.

교통체증 때문에 길에 버려지는 돈도 매년 수조원에 달한다. 2000년 서울시의 교통혼잡비용은 4조7141억원으로 1991년(1조3671억원)에 비해 3.4배로 증가했다.

▽승용차 타면 손해〓서울시는 승용차에 대한 ‘규제’보다 승용차를 타지 않아도 도심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대안’, 즉 대중교통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도로 중앙에 설치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며 시 외곽과 도심을 빠르게 연결하는 간선버스가 내년 4월 서울 동북부 지역에 선보인다. 또 내년 7월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등 수도권과 서울 도심을 이어주는 광역 급행버스가 운행된다.

특히 도심에서는 내년 3월부터 도심순환버스가 도입돼 동대문운동장과 광화문, 서울역 등 4대문 안을 3∼5분 간격으로 돌아다닌다. 시는 우선 2개 노선을 확정하고 중형버스 30대를 투입해 마을버스보다 싼 200∼300원의 요금을 받고 운행할 계획이다.

반면 승용차로 도심에 들어오는 시민은 비싼 주차요금과 강력한 불법주차 단속을 각오해야 한다.

시는 내년 2월부터 4대문 안을 포함해 강남 신촌 영등포 청량리 잠실 천호지역 등의 공영주차장 요금을 30%까지 올린다.

또 주차요금 할증제를 도입해 정해진 주차시간을 넘긴 차에 대해 최고 130%의 할증요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승용차의 경우 할증 없이 10분당 1000원씩 가산되는 현행 요금부과 체계가 30분 초과시 10분당 2000원, 1시간 초과시 10분당 3000원으로 강화된다.

주차료 인상과 동시에 시는 불법주차 기획단속을 벌이고 2004년 6월부터는 도심 신축건물의 주차공간을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이는 방향으로 ‘주차상한제’를 강화해 시행한다.


▽대중교통 개혁이 열쇠〓도심의 승용차를 줄일 수 있느냐는 결국 시가 추진하는 대중교통 개혁 작업이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황기연(黃祺淵) 박사는 “버스의 경쟁력이 강화된 뒤 승용차는 예상만큼 줄지 않고 지하철 승객만 버스로 옮겨 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시가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또 “장기적으로는 도심의 승용차 차로를 줄여 이를 보행자와 버스에 나눠줌으로써 승용차는 불편하지만 보행자와 대중교통은 편리한 교통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는 강력한 수요관리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중교통 개편이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승용차를 한정된 도심 공간이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유다.

서울 차량 증가 추이
구분 199319951997199920012001 10월말
자동차(대)175만204만3000224만9000229만8000255만267만8000
승용차(대)127만8000152만1000169만8000168만182만7000203만9000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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