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강선영양 어머니 김명자씨 '눈물의 수능 감회'

  • 입력 2002년 11월 6일 21시 14분


6일 대입 수능시험장으로 딸을 들여보낸 김명자씨(44·가명)는 “이 땅에서 청각장애 자녀를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했다”고 한숨 지었다. 김씨가 청각장애인인 딸 강선영양(18)을 공부시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4일 정오경 충남 공주의 A대 캠퍼스. 김씨는 수능 마무리를 위해 전전긍긍하는 딸과 함께 이 대학을 방문했다. 학교측이 ‘수학이 가능한지를 알아야 한다’며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심사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2차 수시모집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을 하는 전국 14개 대학이 이날 또는 불과 얼마 전 이같은 심사를 실시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수시모집 일정이 지난해 보다 앞당겨져 수능을 이틀 앞두고 심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곳은 비단 이 대학만이 아니다. 선영양이 지원한 전북의 B대학은 제출 서류 가운데 동사무소에서 발급한 ‘장애인 증명서’가 있는 데도 별도로 최근 6개월 이내에 병원에서 발급받은 장애인 진단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말로 다하기 힘들었던 그간의 교육 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통합 교육을 위해 일반 중학교에 입학한 선양양은 영어과목은 맡아놓고 ‘꼴찌’를 해야만 했다. 학교측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아 듣기 평가에서 매번 백지 답안지를 내놓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문턱이 닳도록 관할 교육청을 들락거린 끝에야 선영양이 고입시에서 영어 듣기 시험을 지문을 읽고 답하는 방식으로 바꿔 치르게 할 수 있었다.

고교에 들어가니 대학입시 공부가 문제였다. 수화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가정교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EBS의 방송강의에 기대를 걸었지만 코메디 프로에도 흔한 자막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씨는 2000년 말 “청각장애 학생들이 교육방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수능강의에 자막을 넣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와 교육부 등에 보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답변이 없는 실정이다.

선영양은 뒤지지 않고 공부하려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기도 했다. 교사가 칠판에 쓰지 않고 구두로 강의한 내용은 친구들의 노트를 보며 공부해 왔다. 점차 친구들도 귀찮다며 노트를 빌려주지 않자 선영양은 노트를 훔쳐 베끼다 ‘왕따’가 되기도 했다.

“기회만 주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선영이’를 만들지 말아주세요”

김씨는 수험장 앞에서 이렇게 기도하고 있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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