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지문 길고 생소해 긴장… 다른영역 비교적 쉬워 다행”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16분


《2001학년도 ‘물 수능’, 2002학년도 ‘불 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가 해마다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6일 초조한 마음으로 수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시험이 전반적으로 쉽게 나오자 밝은 표정으로 교문을 나섰다.

지난해 너무 까다롭게 출제되는 바람에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교실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수험생이 속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언어에서 한때 긴장〓수능 출제위원회가 올해는 언어와 수리가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수험생들은 언어영역이 다소 까다롭게 나오자 “올 수능도 어렵게 출제되는 것 아니냐”며 근심 어린 표정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지문이 많은 데다 지문이 길어 시간에 쫓기는 표정이 역력했다. 여학생들이 시험을 치른 서울 구정고에서는 “시험시간이 10분 남았다”는 시험감독관의 말에 여기저기서 “안돼”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고 시험이 끝난 뒤 책상에 엎드려 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모의고사 성적이 380∼390점인 서울과학고 김진영군(18)은 “평소 언어성적이 120점 만점에 110점이었는데 처음 보는 지문이 많고 길어 마지막 몇 문제는 그냥 찍었다”고 말했다.

▽다른 영역은 평이〓수험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수리영역이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나자 수험생들의 표정도 밝아지기 시작했다.

입시기관들도 1, 2점에서 8∼1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는 등 비교적 무난한 출제였다는 반응이다.

재수생 이우재군(19)은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몇 개 있었지만 풀다 보면 대부분 해결됐다”며 “80점 만점에 70점대 후반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수험생들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도 비교적 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험생들은 “과학탐구는 쉽고 사회탐구는 어려웠다”고 대답했으나 계열에 따라 반응도 달랐다.

올해 입시의 경우 수능에서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 인문계는 사탐, 자연계는 과탐을 위주로 공부하고 나머지는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여 단순히 난이도만 갖고 수험생의 성적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화여고 이한정양(19)은 “9월3일 모의수능평가도 사탐이 어려웠는데 실제 수능에서도 사탐이 어렵게 나왔다”며 “교과서 공부만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운 문제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진학지도 비상〓전반적인 점수 상승으로 수험생들의 기분은 좋아졌지만 일선 진학지도 교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상위권이 두꺼워지면서 동점자나 비슷한 점수대가 많아져 그만큼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다른 해에 비해 특히 중상위권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정시모집에서 논술이나 구술면접이 당락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손효림기자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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