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왜 총파업인가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50분


민주노총은 5일 주5일 근무제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이번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며 전국적으로 12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총파업을 벌인 뒤 이날 오후 8시 돌연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의 전국 규모 파업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강행되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적 압박용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또 수백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반나절의 총파업을 벌인 것도 지나친 ‘노조이기주의’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왜 지금인가〓민주노총 유덕상(劉德相·47) 위원장 직무대행은 5일 오전 “3대 악법의 정기국회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라”며 “국회가 3대 악법 통과를 강행한다면 10일 전국노동자대회와 13일 농민대회까지 강력한 전면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이날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대규모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전국 총파업에 들어간 이날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의 주5일 근무제 입법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였다. 올해는 정기국회가 이달 8일로 끝나기 때문에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 상정 자체가 어렵기 때문.

이날 국회 회의에는 사용자측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 김성태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재웅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도 4일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에는 일정이 대단히 빡빡하다”며 사실상 이번 국회 회기 중 입법이 불가능함을 시사하며 총파업 자제를 설득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주5일 근무제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전격 통과시킨 뒤 본회의에서도 통과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계 반응〓회사원 민영일씨(32·서울 양천구 목동)는 “민주노총의 파업은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한다”며 “사회 정서상 (노조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金王培)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이익집단이 의견을 어떤 식으로든 내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노조)집행부가 이번 국회 회기 중 관련법 입법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파업을 명백한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을 기업에 전달했다.

▽시위상황〓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4000여명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영등포역에 집결한 뒤 ‘노동3권 쟁취’와 ‘공무원조합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1.8㎞를 행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투쟁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대회에는 상경 투쟁 중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소속 공무원도 일부 참가했다. 민주노총측은 4시간 만인 오후 7시경 집회를 해산했다.

경찰은 이날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여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하려던 전공노 소속 공무원 21명을 연행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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