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리포트]우리를 우울하게하는 재활시설 뒷면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7시 57분


지난 주에 한 아동재활원을 방문했다.

그 곳에는 70∼80여명의 장애아가 있었는데 대부분 정신지체 어린이들이었다. 안내자 말에 따르면 단순 요양시설이 아니라 미술 음악 등의 교육을 통해 치료를 돕는 ‘재활시설’이다.

장애는 있지만 어린이들의 눈이 빛나 재활훈련만 받으면 당당한 사회인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정상 어린이보다 질서가 있었고 교육도 비교적 잘 이루어져 나름대로 예의도 있었다.

버려진 어린이를 비롯해 부모 요청으로 위탁된 어린이, 심지어 무연고의 정상 어린이도 있었다.

잠깐 동안의 위문이었지만 장애아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반성했다. 또한 시설 운영자와 장애아를 돌보는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10여일 후 시내 한 주점에서 재활원 교사 한 명을 만났다. 주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음식 나르는 일을 하는 그는 “비리를 참을 수 없어 재활원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는 자질 없는 단순 고용인력으로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일 뿐이다”며 “교육을 내세운 반복적인 매질이 다반사이고 아픈 어린이도 치료받기 힘들다”고 재활원 사정을 설명했다.

그의 일방적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대부분 사실인 걸 곧 알았다. 내가 방문했을 때 각 방마다 무서운 엄마(교사를 지칭)가 있어 매질이 두려운 장애아들이 꼼짝 않고 있었던 것이다.

재활원에 다시 갔을 때 교사들을 통해 우울한 소식을 들었다.

준희는 유난히 얼굴이 하얗고 핏기가 없었으며, 목에서 ‘쌕쌕’ 소리가 날만큼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담당교사가 아이의 상태가 나쁘다고 세달 전에 보고했지만 묵살되었단다.결국 중증 폐결핵 판정을 받아 서울의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간단한 X-레이 촬영만으로 발견할 수 있는 폐결핵에 감염된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겠는가? 보호시설에 수용된 어린이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볼 때다.

임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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