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남경찰청 한글길잡이 10여년째 조준형경사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19분


‘요즘 도둑들은 아파트 12층까지 올라가 ( )를 통해 침입한다는 문장에서 괄호 안에는 베란다와 발코니 중 어느 말이 들어가야 할까요?’

‘베란다는 양옥(洋屋)에서 건물 앞쪽으로 넓은 툇마루처럼 튀어나온 부분이므로 아파트의 경우 1층은 베란다, 2층 이상은 발코니로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개월전부터 내부 통신망에 한글 표기법에 대한 문답식 글을 1주일에 한 두건씩 올리고 있다. 혼동하거나 틀리기 쉬운 표현을 정리한 것. 공문서 작성에 활용할 수 있는만큼 직원들의 호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글을 올린 사람은 90년부터 충남지방경찰청에서 13년째 파출소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방범과 조준형(趙俊衡·45·사진) 경사. 한글 올바로 쓰기와 관련, 다중을 상대로 글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령사로 나선지는 이미 10년이 넘었다.

“90년 전후의 일이예요. 톨게이트 주변에 ‘대전입니다. 어서오십시요’라는 입간판이 있더군요. 관할 구청에 전화를 걸어 ‘어서오십시오’가 맞으니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죠. 지금까지 관공서 입간판 표기 오류를 잡아내 알려준 것만도 1000건 이상은 될 거예요.”

그는 일선 경찰서에서 올라오는 공문서도 면밀히 살핀다. 표기법의 오류가 발견되면 담당자에 전화를 걸어 알려주곤 했다.

이러다 보니 지적한 오류의 근거 또는 정확한 맞춤법에 대한 문의가 많아져 표기법 공부에 빠져들게 됐다. 그의 사무실 책꽂이는 온통 한글표기법과 관련한 서적들이 수북히 쌓여갔고 이 가운데 국어사전은 너무 자주 들추다보니 ‘걸레’처럼 변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원해 국립국어연구원에서 1주일 동안 연수를 받기도 했다.

조 경사는 “경찰이 주로 규제하고 단속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여타 행동에서는 물론 우리글 표기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표기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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