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거제 '재앙의 띠' 급속 확산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36분


경남과 전남 남해안 일대에 내려진 적조(赤潮) 경보 및 주의보로 양식 어민들이 초긴장 상태다.

2일 전남 고흥과 경남 남해에 이르는 해역에서 발생한 적조가 불과 10일 만에 경남 거제도 해역까지 확산돼 95년 이후 최악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적조는 지난해보다 빨리 찾아온 데다 몇 차례 집중호우로 육지의 영양염류가 바다로 대량 유입되면서 적조의 밀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어 해당 지역 자치단체와 어민들이 적조 피해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건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적조란〓수온 상승과 일조량 증가, 영양염류의 공급 등으로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해 바닷물의 색깔이 적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하는 현상.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 밀도가 ㎖당 300개체 이상일 때 주의보가 발령되고, 1000개체 이상일 때는 경보가 내려진다. 세포 표면에 점액물질이 많은 코클로디니움은 어류의 아가미에 붙어 호흡곤란을 일으켜 질식사시킨다.

▽올해 적조의 특성〓올해 적조는 지난해에 비해 12일이나 빨리 나타났으며 99년 이후 가장 일찍 발생했다. 적조주의보는 99년에는 8월11일, 2000년에는 8월22일 발령됐다. 전국적으로 84억원의 피해를 낸 지난해 적조는 8월14일 발생했고, 적조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낸 95년에는 8월29일 처음 발생해 10월23일 소멸됐다.


올해 적조 발생 시기가 빨라진 것은 지난달 말 제9호 태풍 펑셴이 남해안을 통과하면서 집중호우로 단시간에 많은 양의 육상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코클로디니움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온 뒤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22도에 머물렀던 수온이 유해 적조 발생에 적당한 24∼28도로 올라간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적조는 해상에 비가 오면 소강상태를 보였던 예년과 달리 확산되는 추세를 보여 수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코클로디니움은 비가 내리고 풍랑이 일면 수심 5m 이상 저층으로 가라앉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적조주의보가 내려진 전남 여수시 화정면∼남면 안도 해역은 9일 50㎜ 이상의 비가 내렸는 데도 적조생물 밀도가 ㎖당 최고 1만개체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경보로 대체됐다.

예년에는 먼바다에서 적조가 발생해 연안 쪽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남서풍과 남동풍의 영향으로 육지와 인접한 곳에서 발생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폭우와 함께 강한 남서풍이 불 경우 적조생물이 만(彎) 안으로 유입돼 가두리양식장을 덮칠 우려가 크다”며 “비가 내린 뒤에는 양식장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제〓적조주의보 발령 이후 처음으로 11일 여수시 남면과 화정면 일대 가두리 양식장에서 양식어 100만마리가 집단 폐사하자 전남도는 12일 정화선과 어선 등 43척을 동원해 1140t의 황토를 살포하며 대대적인 방제활동을 벌였다. 경남도도 이날 적조 밀도가 높고 어장이 몰려 있는 통영시 사량도와 남해군 미조 해역에 황토 1750t을 뿌렸다.

여수〓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통영〓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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