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30년 쌓아둔 폐석회 땅에 묻어 처리”

  • 입력 2002년 8월 4일 19시 56분


30년 넘게 방치돼온 인천 ㈜동양제철화학(남구 학익동 587)의 폐석회 처리 문제가 매립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이 회사 부지 내에 300만t 넘게 쌓여 있는 폐석회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99만5000t을 회사 소유의 인근 유수지(10만평)에 매립하기로 한 것. 시는 최근 이같은 방침을 정하고 매립지 2만7700여평은 기부채납 받아 공원 등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얼마나 되나〓폐석회는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소다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찌꺼기. 소다회는 유리 염료 의약품 펄프 주방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기초화학제품으로 쓰인다.

동양제철화학은 1968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소다회를 생산해왔다. 연간 발생하는 폐석회는 10만t 정도.

1997년 이후 폐석회와 일반 흙을 1대 4의 비율로 섞으면 수면매립 등에 쓸 수 있도록 되었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1999년 이후 최근까지 재활용 처리한 양은 47만t 정도.

대부분 제2경인고속도로(인천 기점) 양쪽에 흉물스럽게 쌓여 있는 실정이다.

▽매립 방안〓인천시는 이 회사가 지난달 23일 공청회를 통해 ‘회사 부지 내 매립’과 ‘매립 후 기부채납’ 방안을 제시하자 관계 부서 회의를 열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시는 매립 전에 반드시 환경성 검토를 받도록 하고 매립 시에는 유수지 바닥에 차단막을 깔아 폐석회 찌꺼기가 다른 곳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했다.

매립 예정지인 유수지의 원래 용도는 유원지 부지. 따라서 용도 변경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빠르면 올해 안에 매립이 시작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만t에 달하는 폐석회는 동양제철화학측이 재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자체 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논의 과정과 전망〓폐석회 처리와 관련한 논의는 그동안 환경오염과 특혜시비, 주민 민원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1970년대 이후 건설부 경기도 환경부 인천시 등으로 주무 기관이 자주 변경된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인천시는 1994년부터 이 문제를 맡아 1999년에 학계와 공무원, 회사 관계자 등이 참여한 ‘공동협의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환경오염과 관련해 지난해 초 환경영향평가에서 ‘식물의 뿌리에 직접 닿을 경우 치명적일 정도의 강알칼리성이지만 매립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상태다.

하지만 이번 매립과 관련한 사전환경성검사 결과가 한 달 뒤쯤 나오기 때문에 시비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특혜 시비는 동양제철화학이 장기적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인천시의 ‘용현·학익지구 개발계획’에 포함된 공장부지 50만평에 아파트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동양제철화학 관계자는 “공장부지를 개발할 경우 전체 부지의 50% 이상을 공공용지로 내놓아야 하는 만큼 결코 특혜가 아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그간 인근 주민이 제기한 정신적, 물질적 고통에 대한 보상 문제는 협의를 계속하되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다. 인천〓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