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소송 전망-파장]“전국민을 예비범죄자로 간주”

  • 입력 2002년 8월 4일 18시 24분


이마리오씨의 지문 반환 및 폐기 소송 제기로 전 국민의 의무적 지문날인과 이에 대한 국가기관의 관리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이번 소송의 토대가 됐던 지문날인 반대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1999년 초. 당시 정부가 전자주민증 갱신을 위해 지문을 디지털 방식으로 채취하자 “전 국민에 대한 전자적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는 데다 국민 모두를 ‘예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날인거부 움직임이 확산됐다.

참여연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지문날인 거부 운동본부’ 준비모임은 같은 해 9월 “헌법상 신체 자유와 사생활 보호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제기된 소송 역시 이 제도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아니면 범죄 수사와 대형사고시 신원 확인 등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씨는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찍은 지문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수사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수사기관의 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찰청 등 해당 기관은 간첩의 주민등록증 위조 등 국가 안보와 각종 사건 사고의 신원 확인, 과학수사 및 초범자의 신속한 검거 등을 위해 지문 날인과 관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해 “의미는 있지만 승소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민변의 한 중견 변호사는 “국가기관의 과도한 통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군사정권 시절부터 뿌리 깊게 녹아 있는 이 제도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승소땐 수사관행 대격변”▼

하지만 이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와 미국 등에서 지문을 주민증과 운전면허 등에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전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받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 제도를 유지하던 일본도 1999년 이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게다가 경찰이 국민의 지문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불확실하다.

법원이 국가기관의 지문 날인 및 관리를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리해온 지문을 모두 폐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찰의 수사 관행과 범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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