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의 토대가 됐던 지문날인 반대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1999년 초. 당시 정부가 전자주민증 갱신을 위해 지문을 디지털 방식으로 채취하자 “전 국민에 대한 전자적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는 데다 국민 모두를 ‘예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날인거부 움직임이 확산됐다.
참여연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지문날인 거부 운동본부’ 준비모임은 같은 해 9월 “헌법상 신체 자유와 사생활 보호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제기된 소송 역시 이 제도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아니면 범죄 수사와 대형사고시 신원 확인 등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씨는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찍은 지문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수사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수사기관의 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찰청 등 해당 기관은 간첩의 주민등록증 위조 등 국가 안보와 각종 사건 사고의 신원 확인, 과학수사 및 초범자의 신속한 검거 등을 위해 지문 날인과 관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해 “의미는 있지만 승소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민변의 한 중견 변호사는 “국가기관의 과도한 통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군사정권 시절부터 뿌리 깊게 녹아 있는 이 제도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승소땐 수사관행 대격변”▼
하지만 이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와 미국 등에서 지문을 주민증과 운전면허 등에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전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받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 제도를 유지하던 일본도 1999년 이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게다가 경찰이 국민의 지문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불확실하다.
법원이 국가기관의 지문 날인 및 관리를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리해온 지문을 모두 폐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찰의 수사 관행과 범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