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체벌-성희롱대책' 찜찜한 교육부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1분


교육인적자원부는 ‘체벌 규정’과 ‘성희롱 교사 대책’ 등 최근 잇따라 내놓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선 교육적 목적에 한해 허용되는 체벌 도구를 지름 1∼1.5㎝, 길이 50∼60㎝의 직선형 나무여야 하고 제3자가 입회한 가운데 엉덩이나 허벅지를 5∼10회 이내로 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교사가 흥분한 상태에서 감정적인 체벌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겠지만 일선 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교육부 홈페이지 등에는 “회초리 길이까지 재가며 아이들에게 체벌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교사의 권위를 세워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기를 꺾고 있다”는 등의 항의성 글들이 올라왔다.

교육부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규정할 게 아니라 포괄적 원칙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일선 학교에 맡겼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것이 바로 교육부가 강조하고 있는 ‘단위 학교의 책임경영’ 취지에도 맞다.

또 학생을 성희롱한 교사는 즉시 수업에서 제외시킨 뒤 전보 조치 및 중징계한다는 ‘학교내 성희롱 예방 및 근절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교육부는 뭔가 찜찜해 하는 눈치였다.

“여성단체 등에서 하도 말이 많아 대책을 마련했지만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사를) 안 쓰면 더 좋고….”

교육부의 우려는 2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내놓은 성명에 그대로 나타났다. 교총은 “시도교육청에 ‘성희롱사건 전담반’을 만드는 것은 40만 교육자를 성범죄 집단처럼 매도한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분노와 자괴감을 느낀다”고 흥분했다.

체벌이나 성희롱 문제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얽힌 민감한 사안인데 교육부가 현장 정서를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러나 교사들도 체벌이나 성희롱 대책을 ‘극소수의 일’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부적절한 체벌이나 ‘불유쾌한’ 경험을 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교사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인철기자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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