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성주 참외마을 온라인 판매 재미에 ‘푹’

  • 입력 2002년 6월 17일 17시 47분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이맘 때면 참외를 사러오는 상인들과 참외 재배 농민들이 값을 흥정하느라 소주잔을 기울이는 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참외를 판매한 농민들은 참외 판 돈을 갖고 삼삼오오 모여 화투를 치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흔했다.

수십년 동안 계속돼온 이 같은 마을풍경이 몇 년 사이 사라졌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넷으로 주문과 판매를 하는 전자상거래가 일상화 되면서 화투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2000년 2월 주민들은 전국 처음으로 ‘도흥참외마을’ 홈페이지(www.dohung.co.kr)를 만들어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었다. 그 해 전자상거래로 판매한 실적은 71t(2억9000만원), 지난해는 130t(4억4000만원)이었고 올해는 5월까지 110t(5억8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가격도 10㎏에 1만원 가량 높아졌다.

행정자치부는 2001년 도흥참외마을을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하고 컴퓨터교육장 설치 등을 지원했다. 이 마을 400여 가구 중 절반 정도에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보급됐다.

20년째 참외농사를 짓는 정한길(鄭漢吉·40·인터넷 새마을지도자)씨는 “전자상거래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품질과 신용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며 “주민 서로가 고객관리와 품질 및 가격정보 등을 교환하고 연구하는 등 마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노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

정씨의 부인 이화련(李花蓮·40)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과 e메일을 확인하는 게 일”이라며 “전국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와 있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성주 참외의 명성이 더욱 높아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재배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농민끼리 함께 나눌수록 성주 참외 전체의 이미지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도흥참외마을 정보화운영위원회 노회환(盧會煥·42)씨는 “과거에는 참외를 사러오는 중간상인들에게 가격 결정을 맡기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전국 최고 성주 참외의 가격을 우리가 결정해 알리기 때문에 소득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성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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