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老교수를 이렇게 보내야 했나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40분


연세대 송복(宋復) 교수의 고별 강연장 앞에서 있었던 일부 학생들의 피켓시위는 월드컵에서 돋보인 시민의식으로 고무된 우리 젊은이들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켰다. 송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강연에서 시위 학생들이 국내 대표적인 보수론자 중 한 명인 송 교수의 지난 활동을 비방한 것은 덜 성숙한 모습이었다.

사상과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비판하는 데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날 시위는 장소 방법 내용 세 가지 면에서 모두 잘못됐다.

첫째, 고별 강연장은 송 교수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날 강연은 송 교수가 정든 강단을 떠나면서 갖는 ‘마지막 수업’이었지, 이념이 다른 일부 제자들이 그의 걸어온 발자취를 특정 잣대로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굳이 고별 강연장 앞이 아니었더라도, 꼭 퇴임강연 당일이 아니었더라도 시위 학생들은 충분히 송 교수에 대해 의견 표시를 할 수 있었다.

둘째, 방법 면에서 송 교수를 비판하려면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송 교수의 기고활동이나 철학을 문제삼는다면 마찬가지로 글을 통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셋째, 시위에서 학생들이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사용한 단어들은 입에 담기가 꺼려질 정도의 ‘막말’이었다. 인신공격이나 분풀이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 언어를 사용한 것은 지성의 요람인 대학과 동료학생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그나마 안도감을 갖게 되는 것은 시위 학생들이 극히 일부였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여기에 동조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이번 사례말고도 우리 사회에는 의견과 철학이 다른 상대방을 적대감과 집단적 폭력의 형태로 몰아세우는 일이 적지 않다. 양보 없는 갈등과 대립의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일들은 민주사회 정착을 위해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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