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과학수업 "실험 꿈도 못꿔요"

  • 입력 2002년 6월 3일 19시 13분


올해부터 학생 중심의 제7차 교육과정이 고교 1학년에 적용되고 있지만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는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지연되면서 교실이 모자라 과학 실험실습을 못하는 등 일부 과목의 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학년 학급수가 지난해 12학급에서 올해 20학급으로 늘어난 서울 K고는 교실을 증축하는 동안 과학 실험실습실 3개 가운데 2개를 일반 교실로 전용해 쓰고 있다.

이는 교실 증축 공사가 공사 지연으로 6월 말에나 끝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 그때까지 과학수업은 일반 교실에서 이론 수업 위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1학년 과학담당 교사는 “‘전기의 흐름’ 등은 간단한 실험만 하면 쉽게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데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수업 효과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기 S고도 3개월가량 과학 실험실을 사용하지 못하다 최근 실험실을 쓰게 됐지만 새 교육과정에 맞는 실험실습 기구가 없어 여전히 실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서울 K고도 그동안 과학 실험실습실 4개를 모두 일반 교실로 바꿔 사용하는 바람에 실험 수업은 한번도 하지 못했다.

과학담당 교사들은 “6차 교육과정은 이론 교육의 비중이 높았지만 7차 교육과정은 과학과목의 경우 실험실습과 탐구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이론 수업만으로는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D사가 출판한 고교 과학 검정교과서는 단원마다 ‘탐구-실험’ ‘탐구-해보기’ 등 실험 실습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구성돼 있다.

학생 평가도 실험을 통한 수행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고 필기시험식 평가도 단답형보다 실험 과정이나 결론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서술형이 권장되고 있다.

서만석(徐滿錫) 전국과학교사모임 대표는 “한 학기 내내 실험실습 한번 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한국이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에서 최상위권에 들면서도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은 암기식 이론교육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당초 2월까지 교실 5031개를 증설할 계획이었지만 5월 말 현재 84.2%인 4236개만 증설돼 교실부족 문제는 2학기에나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교실 증축 목표 1152개 중 70%인 808개만 공사가 끝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6월 말까지는 교실 증설 공사를 대부분 마무리해 2학기부터는 학생들이 수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초중고 교실 증축 추진 현황
구 분5월까지6월까지7월 이후
학교실수학교실수학교실수학교실수
7755,0316664,2364530164494
추진율(%)85.984.291.790.2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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