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329점또 햇볕… 고려생활史 연구 寶庫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00분


청자 양각 연꽃잎 무늬 원통형 잔
청자 양각 연꽃잎 무늬 원통형 잔
지난달 말 고려청자 454점이 인양돼 관심을 끌었던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바다에서 또 다시 고려청자 329점이 추가 인양됐다.

이 해역을 본격 조사 중인 문화재청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합동조사단은 23일 수중 조사 현장을 공개하고 접시, 대접, 원통형 잔 등 각종 고려청자 329점이 거의 완형으로 인양됐다고 밝혔다. 지난달과 이번 조사에서 건져올린 청자는 총 783점으로 늘었다. 이는 지금까지 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청자로는 최대 규모. 23일 하루 동안에만도 94점의 청자가 인양됐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선박 잔해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문화재청과 해군 해난구조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의 인양 작업

이번에 인양된 청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입지름 10∼12㎝, 높이 약 10㎝인 청자 양각 연꽃잎무늬 원통형 큰 잔 10여점이다. 이러한 원통형 잔은 매우 드물고 가치가 높은 고려청자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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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양된 청자는 대부분 완형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양된 청자는 주로 대접 접시 잔 등으로 지난달 인양된 청자들과 그 모양이 비슷하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작업의 최대 성과로 커다란 ‘청자 양각 연꽃잎 무늬 원통형 잔’을 10여점 인양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입지름과 높이가 10cm 내외인 이 잔은 찻잔이 아니라 탕잔으로 추정된다. 이 잔은 발견된 예가 드문데다 고려인들이 인삼탕을 즐겨 먹었다는 ‘고려도경’의 기록을 입증하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날 현장에서 유물을 살펴본 윤용이(尹龍二·한국도자사) 명지대 교수는 “크기가 큰 원통형 잔은 그 동안 전북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만 나왔을 뿐 발견된 예가 드물다”면서 “고려인들이 인삼탕이나 쌍화탕 등을 마시는데 사용했던 잔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인양된 329점은 15일 조사 착수 이후 불과 4차례의 수중 인양에서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6월 3일까지 남은 조사기간 동안 수백점의 고려청자가 더 추가인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접시 대접 잔뿐만 아니라 술병이나 주전자 등 다른 모양의 청자가 발견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선박 잔해를 발견할 수 있을지 여부.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서 다량의 청자가 인양되는 것으로 보아 청자를 싣고 가던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선박 잔해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해저 표면이 아니라 해저뻘층 속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발견 여부는 몇 차례 더 인양 작업을 거쳐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날 해저 인양 작업은 해군 해난구조대 소속 전문 다이버 4명(2명씩 2개조)에 의해 조수 간만이 멈춘 낮 12시 2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현재 작업 중인 구역은 수심 15m 해저의 30×12m 지역.

문화재청과 해군 해난구조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조사 해역에 중심 부표(buoy)를 설치하고 이 부표 주변에 2×2m 폭의 구획틀로 나누어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수 간만이 멈춘 정조 시간에 맞추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1∼2차례, 30분∼1시간씩 밖에 조사 작업을 할 수 없다.

이날 인양작업은 기상조건이 양호해 1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합동조사단은 이번에 인양된 청자를 수중 조사 현장과 근처에 정박 중인 해군 구조함(평택함)에서 정리 분류한 뒤 곧바로 전남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옮겨 소금기 빼기 등 긴급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보관할 예정이다.

비안도〓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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