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교수 “민주화 심의 불합리한 法 근거”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합리한 법에 근거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결정하고 보상하고 있다는 것으로 위원회가 이 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한 위원회의 결정은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조준희·趙準熙) 위원으로 2월 사퇴서를 낸 뒤 이번 전교조 및 부산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김철수(金哲洙·전 서울대 법대 교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위원회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김 위원은 “불합리한 법률을 근거로 더 이상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어 2월 사퇴서를 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결정에도 참여하지 않아 기권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법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이 법은 1999년 여야 공동 발의로 만들어졌으며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보상 등을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은 이 법률이 민주화운동을 1969년 8월7일 이후의 것으로만 국한해 이전의 중요한 민주화운동에 대한 판단을 배제했고 하루 이틀 구류만 당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보상하고 최종심까지 옥살이를 하다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도록 해 보상의 형평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화 운동에 핵심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무더기로 인정해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퇴색시켰으며 70년대 사망자는 3500만원 이하, 최근 사망자는 2억원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토록 하는 등 사망 시기에 따라 보상금이 10배 정도 차이가 나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 밖에 “위원회는 법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들이 각자 소신에 따라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위원회의 구성 방식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은 진보 중도 보수 성향의 사람을 고루 추천한 반면 정부 측(대통령)에서는 진보적인 인사들만 추천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3명씩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됐다.

김 위원은 위원회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위원회가 잘못된 법조문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법을 적용해 민주화운동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잘못된 법의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번 전교조 및 동의대 사건 관련자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결정에 대해서는 “내가 참여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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