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사라진 차선' 손 떨리는 운전자

  • 입력 2002년 4월 8일 22시 48분


대구시내 주요 간선도로 노면에 그어져 있는 차선이 흐릿하거나 지워져 있어 운전자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상당수 도로의 경우 차선은 물론 횡단보도를 표시하는 페인트 칠이 지워져 있어 야간이나 비가 내릴 때 교통사고 발생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태〓3일 남구 대명동 계명대 앞 사거리∼중구 대백프라자 앞 구간. 이 일대 도로는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가 완료된 지 불과 하루가 지났으나 노면에 그은 차선이 식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황색으로 표시된 중앙선은 물론 흰색으로 그어진 방향표시선, 차선, 횡단표시구역 표시가 군데 군데 지어져 있거나 바퀴자국이나 검은색 기름때 등으로 덮여 새로 도색한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상인 김주안씨(45·대구 남구 대명동)는 “차선 도색작업이 끝난 뒤 도로를 주행했으나 차선이 흐릿해 새로 차선이 그어졌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었다”며 “차선과 횡단보도표시가 엉망으로 돼 있어 노면이 공사하기 전보다 오히려 난삽해졌다”고 말했다.

이 구간의 도색작업에 든 사업비는 5500여만원. 이에 대해 시민은 “공무원들이 자기 돈으로 공사를 하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대규모 하수도 개체 공사로 도로 재포장과 차선도색 작업이 이뤄진 남구 대명동 안지랑이 오거리 일대(200여m) 도로의 경우도 현재 차선과 횡단보도 표시선 곳곳이 지워져 있다.

이처럼 노면의 차선이 흐릿해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도로는 대구지하철 2호선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대서로와 대동로, 동대구로, 서신로 등 주요 간선도로. 이들 도로는 야간이나 비가내릴 때 차선 구분이 쉽지 않아 주행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위험도로’로 꼽히고 있다.

대구시내 도로 차선 도색 작업은 노면에 도료를 칠하고 그 위에 유리가루를 뿌리는 ‘융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이 방식은 70년대부터 사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도색 후 자동차 바퀴에 유리가루가 쉽게 닳아 없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비용이 적게 들고 작업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채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견해〓상당수 도로의 차선이 엉망인 것은 아스팔트 포장 공사가 끝난 뒤 노면이 어느 정도 마른 뒤 기름기가 빠진 상태에서 도색작업을 해야 하나 포장과 도색작업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 차선이 기름 때에 의해 쉽게 더럽혀지거나 지워진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차량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차선도색을 마치려다 보니 졸속의 도색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차선의 반사휘도가 2∼3개월만 지나면 기준치 이하로 뚝 떨어져 제구실을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시내의 도로 차선 도색업체들은 대부분 도색차량 4, 5대와 10명 안팎의 직원들로 구성된 영세기업으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도로관리를 책임진 공무원들이 작업을 엄격히 감시 감독할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도로 포장이 끝난 뒤 차선을 가볍게 1차 도색한 뒤 일정기간이 지난 뒤 본격적으로 도색작업을 하는 과학적인 시공방법 등을 연구 검토해 잦은 도색작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이에 따른 시민의 불편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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