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정책 보완은 숙제

  • 입력 2002년 2월 27일 06시 19분


27일 새벽 철도와 발전 노사교섭의 극적 타결은 26일 오전 협상이 재개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각 노조 집행부가 위축된 상태여서 교섭 대리인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공공연맹)도 요구수위를 높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철도노조 집행부의 사법처리를 최소화하고 파업으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교섭이 한때 중단되는 등 결렬 위기를 겪기도 했다.

△철도 합의안 개요=한국노총과 철도청은 25일 새벽 철도노조와 철도청이 막바지 합의에 이른 수준에서 거의 의견일치를 보았다. 최대 쟁점이었던 3조2교대제 실시는 먼저 6개월간 경영실사를 하고 3개월 시범실시 후 전면실시하는데 합의했다.

철도노조가 파업 돌업의 이유로 제기했던 해고자 복직은 철도청이 한국노총의 건의를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민영화 철회는 철도청이 교섭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당초의 입장을 굽히지 않아 한국노총도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공공연맹과 발전회사는 미타결 단체협약 31개 항목 가운데 △노조 의무가입제 도입과 △휴가일수와 근무시간중 휴게시간 △한국전력의 단체협약규정 승계 △반기별 2시간의 조합원교육 등을 우선 협상해 의견을 좁혔다.

△노조 실리는=한국노총이 철도청과 합의한 근로조건은 25일 새벽 철도노조가 진전시켰던 내용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당초 철도노조가 강하게 요구했던 민영화 철회와 해고자 복직에 관한 한 사실상 얻은게 없었다.

게다가 국회에서 철도와 가스산업에 대한 민영화 법안이 상정될 경우 노조는 이 문제를 다시 원점에서 대처할 수 밖에 없다. 타결 시점에서 평가한다면 철도노조는 결과적으로 따내지도 못할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강행한 셈이 됐다.

또 파업 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해 노조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는 인적 물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집행부와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남은 과제=정부는 민영화 철회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노동계에 확인시켜 원칙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유례 없는 공공부문 연대파업을 촉발한 민영화 정책에 대한 보완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산업의 경우 노조 뿐만 아니라 학계 등에서도 다른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철도와 발전노조 내부에서 이번 합의내용에 불만을 제기할 경우 사태가 조기 진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27일 새벽 교섭이 타결돼 건국대와 서울대에서 철야농성하던 조합원들이 업무복귀가 늦어져 27일에도 수도권 전철과 열차운행은 정상화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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